신한은행으로부터 배임ㆍ횡령혐의로 고소된 신상훈 지주 사장의 해임여부가 14일 결판난다. 신한금융지주는 14일 오후 2시 이사회를 개최한다고 10일 발표했다. 의제는 ‘대표이사 사장과 관련된 현 상황의 처리에 관한 사항’으로 사실상 신 사장 해임안이 상정돼 표결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9일 일본 나고야 주주설명회에서 신한지주 최대주주인 재일동포 주주들은 신 사장 해임문제 등 전권을 이사회에 일임한 상태. 현재 이사회 멤버 분포상 신 사장 해임안이 상정된다면, 라 회장측이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100%란 없는 법. 재일동포 사외이사 사이에는 여전히 신 사장에 대한 동정론이 남아 있어, 경우에 따라선 해임안 상정 자체가 불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국내 사외이사들 역시 자칫 ‘거수기’ 비판을 직면할 수 있는 만큼, 이들이 모두 라 회장 의중대로 움직이리란 보장도 없다.
때문에 라 회장측은 현재 홍콩에 있는 필립 아기니에 BNP파리바 아시아 리테일부문 본부장 등 국내외 이사들을 만나 설득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신 사장 역시 나고야 회동의 판정패를 만회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재일동포 주주의 표심은?
신한지주 이사회 멤버 12명중 재일동포측 이사는 4명. 표면상 영향력은 3분1에 불과하지만, 신한의 단일 최대 주주(17%)들인 만큼 실질 파워는 그 이상이다. 때문에 이사회를 열어도 이들이 신 사장 해임에 반발할 경우, 라 회장도 해임안 상정을 강행하기는 힘들다.
일단 신한측은 재일동포들이 나고야 회동에서 이번 사태 수습을 라 회장에게 맡긴 만큼 신사장 해임안에 반대표를 던지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라 회장이 9일 나고야에서 귀국하면서 “우리 생각대로 됐다”고 말한 것 역시 이런 자신감을 반영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신 사장쪽 생각은 다르다. 신 사장은 “주주설명회 결과가 재일동포 주주 전체 의견으로 볼 수 없다”면서 “재일 동포 사외이사들의 입장(검찰 조사 전 해임 불가)은 바뀌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재일동포 주주 원로모임인 공헌이사회(간친회)의 정환기 회장도 이날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사태 조기 수습을 위해 이사회에서 난 결론은 따른다는 입장이지만 검찰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신 사장을 해임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 주주들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국내 사외이사들의 향배는?
재일동포 4명을 제외한 8명 가운데 국내 이사는 모두 7명(나머지 1명은 필립 아기니에 BNP파리바 본부장). 극단적인 가정이지만 재일동포 주주들이 모두 반대한다 해도 국내 이사들이 지지한다면 신 사장 해임은 강행할 수 있다.
우선 신 사장은 본인 해임에 대해선 의결권이 없다는 게 일반적 해석이다. 이 경우 11명중 6명의 지지만 확보하면 14일 이사회에서 해임안은 통과된다. 설령 신 사장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경우라도 아기니에 이사가 신 사장 편에만 서지 않으면 찬성 6표, 반대 5표로 해임안은 통과된다. BNP파리바가 신한의 사업 파트너인만큼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 게 일반적 예상이다.
금융권에선 비상근이사인 류시열 법무법인 세종 고문(전 은행연합회장)과 이사회 의장인 전성빈 서강대 교수, 사외이사인 김병일 전 기획예산처장관과 윤계섭 서울대 교수 국내 사외이사는 거의 모두 라 회장측 인사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이들은 모두 라 회장이 직간접적으로 추천한 인물들이다. 만약 신한측 기대 대로 이들이 해임안에 찬성한다면 라 회장측은 재일동포 지지 없이도 과반수 지지(12대 7 또는 11대6)을 얻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신한측 생각대로 국내 사외이사들이 움직일 지는 미지수다. 경영진을 견제하고 독립적으로 움직여야 할 사외이사가 결국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논란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사외이사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극도로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한 사외이사는 사견임을 전제로 “표결로 가기보다는 이사회에서 충분한 논의를 통해 합의된 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사실 재일동포든, 국내이사든 지주사 사장을 해임하는 선택은 피하고 싶어하는 분위기다. 어떤 형태로든 중재안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라 회장-이 행장 측에선 “해임 밖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굽히지 않고 있어, 나고야 회동결과에도 불구하고 진통은 계속되고 있다.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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