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잉 찰칵 찰칵, 지~잉 찰칵 찰칵."
8일 일본 혼슈 나가노현 마츠모토(松本)에 위치한 엡손의 연구개발(R&D) 센터내 잉크젯 프린터용 카트리지(잉크 저장용기) 생산라인. 24시간 풀가동중인 이 라인에선 대ㆍ소형 카트리지를 5초에 한대 꼴로 쉴새 없이 쏟아냈다. 행여 발생할지 모를 미세 먼지 침투 방지를 위해 청정 방진복으로 무장한 현장 직원들의 날카로운 눈초리도 생산라인을 따라 민감하게 움직였다.
이 곳은 전 세계 106개국에서 7만7,936명(2010년 3월말 기준)의 종업원과 함께 프린터 및 프로젝터, 복합기 등 각종 사무용 기기 사업으로 지난해 약 9조9,000억엔의 매출을 올린 엡손의 심장부다.
오쿠무라 모토노리 엡손 이미징총괄사업본부장은 "불량률을 최소화하기 위해 품질 관리만큼은 엄격하게 진행하고 있다"며 "일본은 물론 해외 공장의 현장 감독도 본사에서 직접 나가서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현장에 설치된 실시간 해외(미국, 영국, 인도네시아, 중국) 생산 현황 모니터를 보면서 "다른 나라에서 생산되는 엡손 제품도 본사와 똑같이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엡손은 카트리지 생산에도 효율성 향상 및 공장 자동화율을 높이기 위해 자체 제작한 기기를 사용 중이다. 자동화 덕분에 약 10여m로 이뤄진 이 곳의 생산라인 한 단위에 배치된 인원은 평균 2.5명에 불과했다. 자동화와 연결된 로봇 사업은 엡손의 차세대 신성장 동력이기도 하다.
자동화에 힘입어 잉크젯 프린터 시장에서 엡손의 영향력도 갈수록 확대되는 추세다. 2006년 9,100만대 규모로 형성됐던 세계 잉크젯 프린터 시장에서 약 15%를 차지했던 엡손의 점유율은 지난해에는 19%까지 증가했다.
엡손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비즈니스용 잉크젯 복합기 분야에서 새로운 틈새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일반 소비자용 프린터에 주력해왔던 시장 전략을 수정, 올 하반기부터는 소규모 비즈니스 기업 고객에 이르기까지 공략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1,500억원에 머물렀던 한국내 매출도 2015년엔 2,000억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달 초 국내에서 선보인 잉크젯 복합기(엡손 ME 오피스 TX960FWD/TX900WD)는 이 같은 전략이 반영된 대표 제품. 장당 80원대에 달하는 레이저 프린터 사용료를 50% 이상 줄였고, 해상도를 높여 선명한 출력이 가능하다. 올해 전 세계 잉크젯 프린터 시장 규모는 7,500만대로 추산되며 이 가운데, 한국 시장은 120만대에 달해 세계 12위 수준이다.
오쿠무라 본부장은"레이저 프린터를 대체할 수 있는 기업용 제품 출시를 시작으로 향후 한국내 기업 시장에도 진출해 새로운 시장을 열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마츠모토(일본)=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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