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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기후변화 이기는 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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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기후변화 이기는 농업

입력
2010.09.10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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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는 열흘 가까이 계속 내린 비로 햇빛이 부족해 딸기 참외 등 봄철 과채류 생산이 20~30% 감소했다. 며칠 전에는 태풍 곤파스가 수확기를 앞둔 사과 배와 같은 과실과 열무 무 배추 등 채소류에 큰 피해를 주면서 명절을 앞둔 가계에도 주름살을 지웠다.

소비자들은 사시사철 신선한 채소와 과실이 식탁에 오르기를 바라지만 기상 이상으로 채소와 과실 값이 너무 올라 주부들의 마음이 특히 무겁다. 우리뿐 아니라 지구촌 곳곳이 기상재해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는 온대 몬순기후로 겨울철에는 삼한사온, 여름철에는 장마가 오는 것이 당연한데 최근에는 예측하기 어려운 기상 현상이 크게 늘어났다. 올 봄에는 뒤늦은 한파와 폭설이 농민들을 애태우더니, 여름에는 뒤늦은 태풍의 형태나 진로가 과거와 달라 대응이 어려워지는 등 이상기상 현상이 잇따르고 있다.

농작물의 수량과 품질은 기상 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잘 자라서 생산량이 너무 많은 계절이 있는가 하면, 재배가 어려워 공급량이 부족해지기도 한다. 작물의 생장에는 햇빛과 물, 영양분이 있어야 하는데 햇빛이 부족하면 잎과 과실의 크기가 작고 맛도 없어진다. 물 역시 너무 적게 공급되면 제대로 자라기 어렵고, 그렇다고 너무 많으면 웃자라서 맛이 나빠지고 저장성도 떨어진다. 더욱이 이번 여름처럼 밤에도 고온이 계속되면 낮에 만들어진 양분이 과실로 옮겨 가지 못해 과실이 작고 맛이 떨어진다. 이처럼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변화무쌍한 기상조건에서도 안정적 농업 생산을 기약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어야만 한다.

지난 36년 동안 우리나라의 평균기온은 0.99도 오르고 강수량은 215mm 늘어난 반면 일조시간은 386시간이나 줄어들었다. 이와 같은 변화로 농업 주산지가 바뀌고 있고 예전에 볼 수 없던 병해충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과거 사과의 주산지는 대구를 중심으로 경북 지방이었으나 지금은 충청 이북으로 옮겨가고 있다. 또 우리가 전혀 모르던 꽃매미가 2~3년 사이 전국적으로 크게 발생해 작물에 해를 주는 등 안정적 농업 생산을 위협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이러한 기후변화에 대응해 고온에 잘 견디는 배추, 가뭄에 잘 견디는 토마토, 여름 장마철에 발생하는 병해충에 강한 고추 품종 등을 개발해 왔다. 또 비가 많이 오거나 추위가 오더라도 작물을 잘 키울 수 있는 재배기술을 개발해 소비자에게 고품질의 농산물을 연중 공급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나아가 기후변화를 단순한 위기가 아닌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망고나 아티초크 같은 열대ㆍ아열대 유망 작물을 도입하고 관련 재배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많은 미래학자와 과학자들은 앞으로 주력할 산업으로 농업을 중심으로 생명공학 분야의 중요성을 크게 강조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의 위기와 먹을 거리 부족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 그런 주장의 근거이다. 우리나라는 식량 자급률이 매년 낮아져 이제는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이다. 기상 이변으로 세계적 식량위기가 닥칠 경우, 우리에게 얼마나 큰 재앙이 될지 상상하기조차 두렵다.

농업부문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기후변화 대응 연구와 경제ㆍ사회적 영향 평가, 예측 기술 등 중장기적 연구개발(R&D)과 과감한 투자를 위한 국민적 논의와 합의가 그래서 시급하다.

고관달 농촌진흥청 원예작물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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