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다시 무대에 서는 기분요? 너무 좋죠. 쉬는 동안 발레 이야기만 들어도 얼마나 몸이 근질거렸는지."
핀란드국립발레단(FNB)의 첫 한국인 무용수 하은지(26)씨. 2007년 10월 주역무용수로 FNB에 입단한 그는 '잠자는 숲 속의 미녀' '백조의 호수' 등 클래식 발레에서 특히 두각을 나타내며 현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 연말 그는 '호두까기인형' 출연 중 부상을 입은 뒤 무릎 수술을 받고 긴 휴식기를 가졌다. 재기를 위해 다음 주 출국을 앞두고 있는 그를 10일 만났다.
"수술이 꼭 필요한 상황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더 오래 무대에 서기 위해 1년을 양보했죠." 한창 활동할 나이의 무용수가 장기간 쉰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는 "몸이 허락할 때까지 발레를 하겠다"는 생각에 용단을 내렸다. 큰 부상은 이전에도 있었다.
네바다발레단에서 활동하던 2004년에도 십자인대가 파열돼 9개월 동안 재활에 매달려야 했던 것. 그는 그러나 3년 만에 뉴욕국제발레콩쿠르에서 금상을 따내며 네덜란드국립발레단과 아메리칸발레시어터, FNB의 러브콜을 받았다. "재활하면서 운 적도 있었지만 그만둬야겠단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봤어요. 매번 처음 무대에 선다고 생각하면 힘들지 않죠."
하씨는 긍정적이고, 밝고, 겸손했다. 타고난 유연성과 표현력을 지녔다는 평을 듣지만 그는 "모든 부분에서 더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렇다고 어떤 무용수를 닮고 싶은 건 아니다. 그저 건강관리 잘하면서 내 역할을 다하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FNB는 레퍼토리를 바꿔가며 쉬지 않고 공연을 연다. 핀란드에서 발레는 평일에도 대극장이 가득 찰 정도로 대중적이기 때문이다. 하씨도 일주일에 평균 세 번은 무대에 서왔다. "공연이 시작되면 바로 다음 작품 연습에 들어가요. 체력적으로는 좀 힘들어도 다양한 작품을 접할 수 있어 좋았죠." 그는 또 "전설적인 발레리나인 나탈리아 마카로바 등 유명 아티스트들과의 교류가 활발한 것도 유익했다"고 했다.
하씨는 연말 '호두까기 인형'을 시작으로 다시 비상을 꿈꾼다. "전 꼭 외국 체질은 아니라서 한국에서도 활동하고 싶어요. 케네스 그레이브 단장이 한국에 가야겠단 말을 종종 하는 걸로 봐선, 조만간 FNB가 한국에 올 지도 모르겠네요!"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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