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를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10일 “북한이 개성공단과 관련해 더 편리하도록 조치를 취하고 기업인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한다면 제2의 개성공단 같은 것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국영 뉴스채널 ‘러시아24TV’가 방송한 ‘한국 대통령에게 듣는다’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렇게 언급한 뒤 “그것은 전적으로 북한이 하기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개성공단은 남북 당사자들이 협력할 수 있는 마지막 창구로 생각한다”면서 “대한민국 정부도 그것을 유지∙발전시키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이 천안함 사태에 대해 사죄를 하고 다시 (남북이) 정상적 관계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상화 시기에 대해서는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어쩌면 빨리 올 수도 있고, 어쩌면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제2 개성공단’ 언급은 구체적 제안이라기 보다는 장기적 밑그림이라고 할 수 있지만 북한의 태도 변화가 전제될 경우 대북 경제 지원에 적극 나설 수 있음을 밝힌 것으로 대북 정책 기조의 변화를 시사한다.
이 대통령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3남 김정은이 권력세습을 할 경우 카운터파트(상대)로 만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차세대 지도자로 지명됐다고 해서 상대가 되는 것은 아니다”며 “혹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만나게 될 때 옆에 같이 앉으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김일성, 김정일 위원장, 그 다음 3대 세습이 되겠지만 그 세습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은 북한 내 사정이기 때문에 뭐라고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이 어느 날 붕괴돼 통일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이 인터뷰는 7일 청와대에서 이뤄졌다.
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북동쪽 고도(古都) 야로슬라블에서 열린 ‘세계정책포럼’에 참석, 기조 연설을 통해 “북한도 개방과 협력이라는 세계사의 흐름에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러시아-북한-한국으로 이어지는 본격적인 경제협력의 길이 열리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가진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진전 및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두 정상은 에너지 자원 및 극동∙시베리아 개발, 러시아 경제 현대화를 위한 협력 방안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모스크바∙야로슬라블=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