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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경제는] 제2의 로마제국, 유로(EURO)제국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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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경제는] 제2의 로마제국, 유로(EURO)제국의 미래

입력
2010.09.1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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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일통화 11년 만의 위기… 유로 남북분단?

유럽 16개 나라는 단일 통화인 유로화를 사용하고 있다. 남쪽 그리스에서 북쪽 핀란드까지, 가난한 포르투갈에서부터 부유한 룩셈부르크까지 '하나의 유럽'이라는 명제 아래 단일통화의 실험에 들어간 지도 벌써 11년이 지났다. 유로화 사용 인구는 3억2,000만명이나 되며 경제규모는 미국을 능가한다. 대영제국의 엘리자베스 여왕도, 프랑스의 나폴레옹도 하지 못했던 유럽통합이 유로화(??)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유로화로 통합된 경제권은 제2의 로마제국이라고 할 수 있으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로마제국의 황제에 비견될 수 있다.

유로화 도입 후 여러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 단일환율의 적용으로 환 리스크가 소멸되어 역내 무역규모가 1999에서 2008년 사이 거의 두 배나 늘어났다. 또 유로화의 위상도 제고되었는데 일례로 전세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 중 유로화 비중이 1999년의 18%에서 2009년에는 27%로 늘어났다.

하지만 올 들어 남유럽 국가의 재정문제가 불거지면서 유로제국의 앞날에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본의 작가 시오노 나나미는 에서 로마가 융성한 이유로 다른 민족과 그 문화까지도 적극 포용했던 개방성을 지적했다. 반면 역사학자 에드워드 기번은 이질적인 문화와 이민족의 유입 때문에 로마 고유의 정체성이 상실되면서 결국 제국의 붕괴를 초래했다고 봤다.

현재 유로제국의 위기도 이질적인 국가들의 통합에 따른 정체성의 상실에서 비롯된 면이 강하다. 하나의 유럽을 만들겠다는 정치적 필요 때문에 경제구조와 발전단계가 상이한 국가들이 유로경제권으로 편입된 것이 문제의 시발이라고 할 수 있다.

유로화를 도입한 국가 중 남쪽 국가들과 중북부 국가의 소득격차는 매우 크다. 여기에 단일환율, 단일금리의 적용으로 국가별 불균형은 심화하고 있다. 예컨대 경쟁력이 낮은 그리스, 스페인 등은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되고 경기가 침체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통화정책이나 환율정책은 유로지역 전체의 경제상황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이들 국가의 경기부진이 장기화되는 것이다.

과거 로마는 포에니 전쟁을 계기로 반도국가에서 벗어나 지중해 전체로 영역을 확대하였는데, 이와 함께 통치체제도 공화정에서 제정(帝政)으로 전환하게 된다. 광범위한 영토를 다스리는 데에는 종전의 원로원이나 집정관 체제보다는 황제를 통한 중앙집권적 체제가 적합했기 때문이다. 현재의 유로제국에도 유사한 문제점이 내재해 있다. 일례로 유럽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총 22명의 위원이 결정하고 있는데 구성원이 너무 많아서 신축적 정책 결정이 이루어지기 어려우며, 또한 각국의 이해관계로 인하여 신속한 정책대응도 힘들다.

로마의 콘스탄티누스 황제는 서기 330년 제국의 수도를 로마에서 이스탄불로 옮기고, 395년 테오도시우스 황제는 제국을 동로마제국과 서로마제국으로 분리한다. 이후 동로마제국은 번영을 계속하지만 가난한 서로마제국은 얼마 안 가 게르만족에 멸망하게 된다.

출범 11년에 불과한 유로제국은 로마제국에 비하여 빨리 위기를 맞고 있다. 과거 서로마제국을 붕괴시켰던 게르만 국가들이 이제는 라틴계 국가로 인한 유로제국의 붕괴를 걱정해야 하는 아이러니에 직면해 있다. 로마제국이 서로마제국과 동로마제국으로 분리된 것처럼 지금의 유로제국도 남유로제국과 북유로제국으로 분리될 것인가. 아니면 위기에 처한 남유럽 국가를 도와가며 제국을 유지해 나갈 것인가.

유로제국의 미래를 예단할 수는 없겠지만, 분명한 것은 유로경제의 개혁여부에 따라 운명이 결정될 것이라는 점이다. 과거 유럽 통합의 사례들은 대부분 무력을 통해 이루어졌으나 유로화 제국은 대화와 협상을 통해 형성되었다는 점에서 유로제국이 쉽게 해체되지는 않을 것이다. 로마제국이 변화했던 것처럼 금번의 위기가 유로제국의 개혁을 촉진할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용규 한국은행 프랑크푸르트사무소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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