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내버로, 마빈 칼린스 지음ㆍ박정길 옮김
리더스북 발행ㆍ278쪽ㆍ1만4,000원
조 내버로는 여덟 살 때 가족과 함께 쿠바에서 미국으로 망명했다. 서툰 말 대신 표정이나 몸짓에서 상대의 생각을 읽어내는 법을 자연스레 익힌 그는 25년간 미 연방수사국(FBI) 특별요원으로 활약하며 ‘인간 거짓말탐지기’라는 별칭을 얻었다. 내버로가 심리학자 마빈 칼린스와 함께 쓴 에는 그가 실생활과 범죄수사의 최전선에서 체득한 ‘몸짓 언어의 비밀’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특히 풍부한 실례와 함께 내버로가 직접 모델로 나선 다양한 동작 사진을 곁들여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을 다룬 여느 책들에 비해 쉽게 읽히고 귀에 쏙쏙 들어온다.
흔히 사람들은 상대의 숨은 생각을 알고 싶을 때 얼굴 표정부터 살핀다. 그러나 저자는 어려서부터 ‘관리’를 잘 하도록 교육받는 표정보다는 “다리에 주목하라”고 권한다. 다리는 타인의 눈길을 가장 덜 받는 부위여서 무심결에 하는 동작 하나에도 감정이 그대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예컨대 선 채로 다리를 X자 모양으로 교차하는 건 상대에 대한 호감이나 자신감의 표현이다. 마주 선 사람의 발이 바깥쪽을 향하고 있다면 그가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어한다는 의미다.
반면 손짓은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거나 숨길 때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양손의 엄지만 바지주머니에 넣고 서 있으면(특히 남자의 경우) 나약하고 무능하게 보이기 쉽다. 자신감을 표현할 땐 양손을 펴고 손가락 끝만 닿게 해 첨탑 모양을 만드는 것이 유용하다.
저자는 비언어 행동을 이해하면 대인관계가 풍부해질 거라고 말한다. 그러나 내 몸짓을 일일이 분석하는 누군가의 시선을 떠올리면 좀 오싹해진다. 특히 ‘말보다 몸짓이 정직하다’는 명제에 대한 맹신은 금물!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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