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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풍장' 전사통지 남편을 찾아 티베트로…파란만장한 中 여인의 순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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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풍장' 전사통지 남편을 찾아 티베트로…파란만장한 中 여인의 순애보

입력
2010.09.10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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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란 지음ㆍ이영아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발행ㆍ240쪽ㆍ9,800원

1958년 중국의 스물여섯 살 여의사 수원은 대학 시절부터 사랑을 나눠온 동료 의사 커쥔과 결혼한다. 결혼 3주 만에 커쥔은 군의관으로 티베트에 파병된다. 1950년 중국의 침공을 받아 이듬해 중국의 자치구로 편입된 이래 티베트에서는 독립을 요구하는 반란군의 저항이 거셌다. 불안을 달래며 남편을 전장에 보낸 수원은 몇 달 뒤 그의 사망을 알리는 통지서를 받는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믿을 수 없는 그녀는 어딘가에 살아있을 남편을 찾겠다는 일념으로 티베트 파병군에 자원 입대한다. 라마교와 유목민의 땅에서 30년 간 이어질, 그녀의 파란만장한 방랑의 시작이었다.

영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출신 작가 신란(52ㆍ본명 쉐신란ㆍ薛欣然ㆍ사진)의 장편소설이다. 놀랍게도 실화에 바탕을 둔 작품이다. 1994년 중국에서 저널리스트로 일하던 신란은 티베트에서 막 돌아온 한 여인을 만났다는 제보를 받고 그녀를 찾아가 이틀 간 숙식을 함께 하며 인터뷰했다. 작가는 여인에게서 들은 사연에다 티베트의 역사, 문화 등에 관한 취재를 보태 이 소설을 완성했다.

수원이 속한 부대는 파병 직후 티베트인들에게 무장해제를 당하지만, 그녀는 민간인 포로로 붙잡혔던 티베트 귀족 출신 여성 줘마를 잘 보살펴준 덕분에 부대에서 빠져나온다. 수원은 줘마와 함께 유목민 가족에게 몸을 의탁하고 이들을 따라다니며 남편의 행방을 수소문한다. 중국의 침공으로 집안이 몰락한 줘마 역시 하인이자 연인이었던 마부 톈안먼을 찾아다니고 있다. 희비가 엇갈리는 두 여인의 애틋한 순애보를 중심으로 소설은 유장하게 전개된다.

소설의 또다른 주인공은 티베트다. 말도 풍습도 달라 겉도는 이방인이었던 수원이 점차 유목민 가족의 일원으로 편입돼 가는 과정을 통해 작가는 티베트의 종교와 문화, 그곳 유목민의 삶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소설로 쓴 인류학 보고서로 봐도 무방할 정도다. 특히 독수리에게 시신을 먹이는 티베트 특유의 장례법인 (風葬)을 이야기의 핵심 고리로 삼는 과감한 시도를 통해 작가는 작품에 고도의 미학과 윤리성을 부여하는 데 성공한다.

이훈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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