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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쓴소리에 포용력 뽐낸 메드베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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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쓴소리에 포용력 뽐낸 메드베데프

입력
2010.09.10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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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모스크바 인근 고도(古都) 야로슬라블에 9일 러시아 야당인사들과 정치학자들이 모여들어 러시아의 정치현실에 대해 쓴 소리를 쏟아냈다. 이들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판 ‘다보스 포럼’을 목표로 지난해 창설한 ‘세계정책 포럼’참석자들이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에 맞서 2012년 대선에 출마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개혁파 정당 당수, 정부에 쓴 소리를 해온 기업가,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 500여명의 해외인사를 포럼에 초청해 자신의 포용력을 뽐냈다.

러시아 민주주의는 모조품

개혁성향인 프라보예 델로당 레오니드 고즈만 공동당수는 “러시아의 민주주의는 의사가 수영하는 환자를 일일이 감시하는 정신병원 내 수영장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러시아의 민주주의는 값싼 모조품”이라는 비판을 쏟아냈지만 이 자리에 참석한 크렘린 고위층 인사는 그저 웃기만 했다고 현지 모스크바타임스가 전했다.

또 다른 야당 야블로코당 세르게이 미트로킨 당수는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푸틴에 맞서야 한다”는 민감한 주장도 거침없이 펼쳤다. 사실상 상왕(上王) 역할을 하고 있는 푸틴은 지난 6일 “미국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합법적인 4선 대통령이었다”고 말하는 등 사실상 대선 출마의지를 밝힌 상황이다.

민주화 신호인가 정치쇼에 불과한가

토론에 참가한 러시아 정치학자들과 내부 인사들은 서구 민주주의 모델을 따라가야 한다는 진영과 러시아 사정에 맞는‘자주적 민주주의(sovereign democracy)’를 추구해야 한다는 두 그룹으로 나뉘었다. 합의를 얻는 데는 실패했지만 참석자들 모두 지난해보다 훨씬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토론했다는 데 공감했다.

포럼에 참석한 조지 로버트슨 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사무총장도 인테르팍스통신에 “러시아가 건설적인 비판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을 세계에 알렸다”고 평가했다. 한편 마이크 맥폴 백악관 러시아담당 보좌관은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는 깊은 연관관계가 있다. 정치적 자유는 경제발전에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메드베데프 정부가 민주화 논의에 열린 자세를 갖추고 있음은 주목할 만 하지만 구체적 실천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회의적이다. 메드베데프 역시 권위주의적인 푸틴과 다를 게 없다는 분석도 많다. 러시아 인권단체들은 올해 의회가 통과시킨 정보기관 연방보안국(FSB) 권한강화 법안을 그 증거로 제시하고 있다. 대선 이후 누가 러시아를 통치하더라도 구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에 버금가는 권한을 갖게 된 FSB를 정권수호와 인권탄압 도구로 악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것이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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