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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친 노비는 추노꾼 아닌 관(官)이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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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친 노비는 추노꾼 아닌 관(官)이 잡았다

입력
2010.09.10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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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간 노비를 전문적으로 쫓아 잡아오는 ‘추노’(推奴). 최근 TV 드라마로 관심을 모은 추노는 실제로 존재했을까.

조선시대 권세 있는 양반가가 도망간 노비를 관(官)의 힘을 빌려 추적한 사실을 보여주는 문서가 발굴됐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한국학 기초자료집 98권 중 ‘남원 순흥 안씨 사제당 후손가편’에 이런 내용을 담은 노비 추쇄(推刷ㆍ추적해 원래 주인에게 돌려줌) 문서를 발굴, 수록했다.

조선 세조 6년(1460)에 작성된 이 문서는 관에 제출한 탄원서의 일종인 소지(所志)로, 서울에 거주하는 순흥 안씨 집안의 안호(安瑚ㆍ1439~1503)가 전라도관찰사에게 24년 전 전남 영광으로 도망친 자신의 농장 마름이자 노비인 몰개(毛乙介) 일가족 4명을 찾아달라는 내용이다.

문서에 따르면 몰개는 경기 광주 일대 순흥 안씨 집안 농장에서 노비로 일하다 세종 18년(1436) 일가족을 데리고 도망쳤다. 안호는 이 문서에서 몰개 일가족이 정확히 영광의 어느 곳에 사는지를 파악해 주고, 도망간 기간에 몰개에게서 받지 못한 몸값을 받아내는 데 협조해 달라고 부탁했다. 문서에는 전라도관찰사가 영광군수로 하여금 안씨가의 노비문서를 조사한 뒤 그 사실에 따라 추쇄에 협조하라고 지시한 내용도 함께 기록돼 있다.

안승준 한국학중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 문서는 조선시대의 양반 가문이 사적인 이해관계를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철저히 관료 시스템을 이용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권력 있는 양반이 추노꾼을 고용해 도망간 노비를 잡아들여 사형(私刑)을 가한다는 식으로 묘사한 TV 드라마는 역사적 사실과는 다소 거리가 먼 상상의 산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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