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ㆍ11 테러 9주년을 하루 앞둔 10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등 이슬람권에서는 이슬람교 경전인 코란을 불태우겠다고 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미 플로리다주(州)의 목사를 규탄하는 집회가 잇따랐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코란 소각 계획에 분노한 시위대가 수천명이나 됐고, 파키스탄 일부 지역에서는 시위대가 성조기를 불태우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논란을 촉발한 복음주의 교회인 ‘도드 월드 아웃리치 센터’의 테리 존스(58) 목사는 9일 자신의 계획을 취소하겠다는 기자회견을 한 지 몇 시간 만에 이를 다시 보류하는 소동을 벌였다. 그는 “뉴욕 맨해튼의 ‘그라운드 제로’ 인근에 건설하려는 모스크를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합의해 코란 소각계획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는 플로리다의 이슬람 교계 지도자인 이맘 무하마드 무스리가 함께 했다. 그러나 기자회견 직후 무스리가 “모스크 건설부지 이전에 합의해 준 것이 아니다”라고 하면서 혼선이 빚어지자 존스 목사는 몇 시간만에 “(코란 소각 계획을) 취소하지 않겠다. 결정을 보류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존스 목사는 코란 소각 강행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존스 목사의 입장 번복과 관련, 무스리는 “11일 뉴욕에서 존스 목사와 모스크 건립을 추진해온 이슬람 지도자와의 면담을 주선했을 뿐 부지 이전에 대해서는 합의한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뉴욕의 이슬람 지도자도 “무스리나 존스 목사와 이 문제로 얘기를 나눈 적이 없다”며 부지 이전계획이 없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미 정부는 존스 목사가 기자회견을 하기 전까지 그의 코란 소각 계획을 무마하기 위해 ‘총공세’를 펼쳤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abc방송과의 회견에서 “그가 종교의 자유와 관용이라는 미국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기를 희망한다”며 어제에 이어 이틀째 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존스 목사에 직접 전화해 해외 미군에게 코란 소각이 가져올 심각한 위해에 대해 얘기했다고 제프 모렐 국방부 대변인은 밝혔다. 연방수사국(FBI)도 존스 목사를 설득하기 위해 요원들을 파견했다.
한편 작은 교회 목사의 코란 소각 돌출행동이 지나치게 부각돼 세계 무슬림들의 공분을 사는 데 대해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미국 이슬람 관계위원회(CAIR)는 코란을 모욕하는 행동들이 늘상 있어왔지만 주목받지 않게 하기 위해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도 9일 9ㆍ11 9주년을 앞두고 그라운드 제로 인근 모스크 건립과 존스 목사에 대한 미디어들의 경쟁이 파문을 키웠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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