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대출 전문은행인 일본진흥은행이 부채 초과로 예금지급불능 상태에 빠져 10일 파산을 선언했다. 파산 절차 관리에 들어간 일본 금융청은 예금액을 일정 수준까지만 보장하는 ‘페이오프(pay-off)’ 제도를 1971년 예금보험제도 도입 이후 처음 적용키로 했다.
일본진흥은행은 이날 임시 이사회를 열어 “현 자산으로 채무를 완전히 갚기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이를 금융청에 신고하고 자금유출 등을 막기 위해 도쿄(東京)지방재판소에 민사재생법 적용을 신청했다. 일본 금융청에 따르면 8월말 현재 이 은행의 부채초과액은 1,804억엔이며 자기자본비율은 마이너스 40%를 넘어섰다.
금융청은 이날부터 3일간 은행에 업무정지 명령을 내리고 현 경영진을 대신해 예금보험기구를 금융관리관재인으로 임명했다. 예금보험기구 관리 아래 다음 주부터 예금 지급 등의 업무가 재개된다.
중소기업용 자금융자를 목적으로 2004년 설립된 일본진흥은행은 충분한 대손충당금을 확보하지 않은 채 대출 규모를 늘려왔다는 혐의로 금융청 검사를 받았지만 이 과정에서 관련 메일 삭제 등으로 금융청 업무를 방해해 은행 창립 주역이며 사장, 회장까지 지낸 기무라 다케시(木村剛) 전 금융청 고문 등 경영진이 7월 체포됐다. 이후 거래자들의 불안이 커져 예금 인출이 쇄도한데다 경기악화로 상환 지연 대출금이 늘어나 대손충담금 부담은 더 커지면서 결국 파산에 이르게 됐다.
이 은행은 자금운용을 목적으로 한 정기예금만 취급했고 당좌예금이나 정기예금 등 일반은행의 결제성 예금은 다루지 않았다. 예금액은 지난달 말 현재 5,859억엔이며 전체 예금자 11만3,000명 중 ‘원금 1,000만엔과 그 이자’까지만 보호 받는 페이오프 제도 적용으로 원금 손실을 볼 수 있는 예금자는 3,560명(예금액 471억엔)으로 알려졌다.
일본진흥은행은 은행간 거래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지 않아 이번 사태가 다른 금융기관으로 번질 우려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장관과 일본은행 총재도 잇따라 담화를 통해 “일본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에 영향을 줄 우려는 없다”고 강조했다.
도쿄=김범수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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