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 간부가 전남 순천장외발매소(화상경마장) 내부 시설 공사를 발주하면서 공사 대금을 초과 지급하는 대가로 공사 업체에게서 억대의 금품을 받았다는 정황이 포착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마사회 고위 간부 A씨가 최근 순천장외발매소용으로 임대한 덕암동 건물(지하 1층ㆍ지상 6층)의 인테리어 공사를 해당 건물주인 ㈜P사에 맡기면서 금품을 받은 혐의를 잡고 조사 중이라고 9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4월 중순 서울 서초구 한 커피숍에서 P사 대표 B씨로부터 인테리어 공사 비용을 부풀려 지급하고 대금 지불 방법에서 편의를 봐 달라는 부탁과 함께 1억2,000만원이 든 회사 명의 통장을 받은 혐의다. A씨는 앞서 2월 초에 순천장외발매소 승인을 위해 힘써 달라는 청탁과 함께 B씨로부터 1,000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실제로 마사회는 4월 7일 순천장외발매소 승인 직후 공개 경쟁 입찰 규정을 어기고 계약도 하지 않은 채 P사에게 인테리어 공사를 맡겼고 공사비(예정가 20억원)도 전세보증금 명목으로 바꿔 지급해 탈세할 수 있게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B씨가 "돈을 주고 청탁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최근 B씨와 공모한 혐의로 같은 회사 관리이사 C(37)씨를 구속했다.
검찰은 C씨가 지난해 9월 순천장외발매소 유치를 희망한다는 내용의 주민진정서를 위조하고, 마사회가 이 진정서를 농식품부에 제출해 설치 승인을 받은 점에 주목, 농식품부에 대한 로비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이와 관련, C씨로부터 "B씨가 장외발매소 승인을 위해 (통장으로) A씨에게 4억원을 주고 로비를 해야겠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C씨는 또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서 "또 다른 마사회 관계자 3명에게도 200만~300만원씩 줬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에 따라 조만간 A씨 등 마사회 관계자들을 소환해 관련 혐의를 조사할 예정이다.
순천=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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