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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억 명품녀에 '부글' VS 흑진주 아빠에 '글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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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억 명품녀에 '부글' VS 흑진주 아빠에 '글썽'

입력
2010.09.09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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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이 사는 집이 4억원이 안 되는데, 정말 우리 가족이 그 동안 잘못 살아온 건가요."

"방송에서 열심히 살겠다고 남한산성에서 아이들과 함께 고함치면서 익살스럽게 웃던 흑진주 아빠가 이렇게 가다니."

20대 무직에 최고급 명품들로 치장하고 호사스러운 생활을 한다는 '4억 명품녀'이야기와, 부인 사별 후 아이를 키우다 생활고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흑진주 아빠' 사연이 9일 온라인을 달궜다. 우리사회 양극화의 단면을 극명하게 드러낸 두 사건이 비슷한 시기에 중첩되면서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먼저 네티즌의 공분을 산 것은 7일 한 케이블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 김모(24)씨. '20대 패션문화'를 주제로 한 이 프로그램에서 그는 "입고 있는 옷만 총 4억원, 목걸이는 2억원, 자동차는 3억원짜리다. 부모한테 받은 용돈만으로 이런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명품 가방으로 가득한 자신의 드레스 룸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대기기간이 1년 이상 걸리는 최고가 명품 백인 타조 가죽 백을 색깔별로 가지고 있다", "한국에 두 점 들어오는 VVIP 가방이나 할리우드 스타들이 매는 한정판 제품도 모두 가지고 있다"고 늘어놓았다. 또 "로고가 눈에 띄게 박힌 명품은 구입하지 않는다"는 자신만의 명품철학을 밝히기도 했다. 사회자가 "한국판 패리스 힐튼"이라고 하자 김씨는 "패리스 힐튼과 비교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한다. 나보다 그녀가 나은 게 뭐냐"고 반문했다.

방송을 본 네티즌들의 비난이 쏟아지자 그는 "에라이 실컷들 나불대라. 난 내일 롯본기힐즈(일본의 명품매장 밀집지역)나 가서 실컷 놀다 올 거다. 아무리 열폭(열등감 폭발)들 해도 눈 하나 깜짝 안 하는 게 나니까"라고 조롱성 댓글까지 달았다.

결국 네티즌들은 부모 용돈으로 수십억원의 명품을 구입했다는 김씨의 말을 근거로 불법증여 의혹을 제기하면서 국세청 조사까지 촉구하고 나섰다. 9일 국세청 홈페이지 고충민원 게시판에는 김씨와 그 부모에 대한 국세청의 조사를 요구하는 글이 200여건 이상 게재됐다. 국세청 관계자는 "부양자가 피부양자에게 선물을 하거나 생활비 등을 지원할 때는 사회적 통념으로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만 비과세된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증여세 공제범위는 10년간 3,000만원(현물은 현금으로 환산)까지다.

현재 김씨의 미니홈피는 일시 폐쇄된 상태이며, 네티즌수사대는 김씨 부모의 직업 등을 알아내려고 혈안이 돼있다. 일각에선 방송조작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회사원 신준영(30)씨는 "명품병에 걸린 것도 모자라 뻔뻔하기까지 한 인물이 어떻게 방송에 버젓이 등장했는지 어이가 없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흑진주 아빠의 자살 소식이 전해지면서 온라인은 더욱 달아올랐다. 2008년 10월 KBS '인간극장'을 통해 흑진주 아빠로 소개된 원양어선 기술자 황모(40)씨가 9일 생활고를 비관해 바다에 몸을 던졌다는 소식이 김씨의 이야기와 대비되면서 네티즌들의 공분을 일으킨 것. 황씨는 1997년 아프리카 가나에서 만난 부인과 결혼해 한국에서 3남매를 낳고 살다가 빚더미에 앉게 된 데다, 아내마저 뇌출혈로 세상을 떠나 홀로 아이들을 돌보며 살아왔는데, 방송에 사연이 소개되면서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네티즌들은 "우리사회의 양극화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 사건"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직장인 박민숙(33)씨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아버지가 잘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앞으로 아이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도 세상이 꾸준한 관심을 기울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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