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만든 우리 전기차가 (일본 것보다) 더 우수하다면 대단한 결과다. 상용화될 때까지 더 연구하고, 세계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시대를 열었으면 좋겠다."
9일 국산 1호 고속 전기차인 '블루온(BlueOn)'의 시승회가 열린 청와대 앞뜰. 블루온을 손수 운전하며 청와대 경내를 한바퀴 돌아본 이명박 대통령은 환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녹색성장 시대에는 원천기술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어쩌면 전기차 시대가 굉장히 빨리 올 것"이라며 선제적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산 전기차 시대가 활짝 열린다. 우리나라가 이날 일본에 이어 두번째로 대량생산이 가능한 순수 전기차를 내놓음으로써 세계 친환경 차량 경쟁에 본격 뛰어들었다. 미래형 자동차시장의 선점을 놓고 거대 내수시장을 지닌 미국 및 중국, 우수한 기술력을 앞세운 일본과 사활을 건 한판 승부가 예고되고 있다.
이날 공개된 블루온은 일본 미쓰비시의 '아이미브(i-MiEV)'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된 순수 고속 전기차. 충전 시간, 1회 충전거리 등 주요 성능에서 아이미브에 앞선 것으로 평가 된다.
특히 블루온 개발에는 현대차뿐 아니라 중소 부품사가 폭넓게 참여했다. 인지컨트롤스, 경신공업, 만도, SK에너지, 효성, 한라공조 등 중소 부품회사 44곳이 힘을 보탰다. 이 대통령이 "이번 전기차가 대기업과 중견기업, 중소기업이 힘을 합쳐 만들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이날 2020년까지 전기차 100만대, 충전기 220만대 보급을 내용으로 하는 고속 전기차 육성 계획을 내놓았다. 올해 30대를 시작으로 내년 250대, 2012년 2,500대에 이어 2015년까지 국내 소형차 시장의 10%, 2020년까지는 승용차 시장의 20%를 전기차로 바꿀 방침이다.
이를 위한 지원책도 밝혔다. 2012년까지 공공기관 구매 촉진을 위해 대당 2,000만원 한도에서 보조금을 지원하고, 취ㆍ등록세 감면과 온실가스 감축량에 따른 인센티브 제공도 도입할 예정이다. 혼잡통행료와 공영주차장 요금 감면도 검토되고 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17년 전기차 판매량이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를 넘어서고 2030년께는 전체 차량 수요의 8%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현재 미국과 중국이 집중적으로 전기차를 육성하며 '전기차 대세론'을 이끌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올해 말 양산예정인 GM의 가정용 전원 충전방식의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PHEV) '볼트'를 앞세워 자동차 강국으로서의 자존심을 회복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미 정부도 구입시 최대 7,500달러를 지원하고 이를 위한 20억달러의 예산을 확보해 놓았다. 미국 정부는 2016년까지 하이브리드차량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100만대 이상 판매한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
후발 주자인 중국의 추격도 거세다.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제조 기술이 10년 가량 뒤쳐져 있다는 평가 속에 전기차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판도를 일시에 바꿔 놓겠다는 심산이다. 중국 정부는 친환경 그린카 개발에 2020년까지 1,000억 위안(약17조원)을 투입키로 하는 등 엄청난 물량 공세를 준비하고 있다.
앞선 기술을 자랑하는 일본은 전기차 대세론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사실상 독점해 온 하이브리드차량 시장에 대한 미련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의 지원 속에 프리우스(도요타), 인사이트(혼다) 등 하이브리드 차량은 일본 내수 1,2위에 오를 만큼 큰 인기를 끌었으나 해외 수요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여기에 최근 재정난과 엔고까지 겹쳐 일본정부는 친환경 차량에 대한 보조금을 중단했다. 하지만 여전히 일본의 전기차 기술력은 다른 나라보다 앞서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내수 규모 등에서 우리나라가 불리하지만 배터리 기술과 완성차 업체의 기술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한번 해볼만한 싸움"이라며 "인프라 구축, 지원금 등 정부의 초기 시장 육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