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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와 쌀/ 쌀 지원의 정치학 "쌀… 남북관계 꼬인 실타래 푸는 역할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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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와 쌀/ 쌀 지원의 정치학 "쌀… 남북관계 꼬인 실타래 푸는 역할 기대"

입력
2010.09.09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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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혁을 추구하면 10년 안에 1인당 국민소득을 3,000달러로 만들어 주겠다”

이명박정부가 대북정책 슬로건으로 내건 ‘비핵ㆍ개방 3000’의 골자다. 바꿔 말하면 북한이 비핵화에 나서지 않는 한 남한의 지원은 없다는 얘기도 된다. 이에 북한의 반발은 예상된 수순이었지만 정부는 지금까지 이 원칙을 지켜왔다. 그 결과 한 때 3,488억원(2007년)에 달했던 정부 차원의 연간 대북지원 규모는 지난해 461억원으로 급락했다. 3월 천안함 사건이 터진 뒤로는 이마저도 완전히 끊겼다.

그랬던 정부가 북한에 손을 내밀기 시작했다. 매개체는 쌀이다. 정부는 최근 극심한 홍수 피해로 어려움을 겪는 북한에 쌀을 보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여야 정치권에서는 “북한에 쌀을 지원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북 지원과 남북관계에서 왜 쌀 문제가 핵심적 이슈로 제기되는 것일까. 쌀은 이명박정부에서 ‘금수’ 품목이나 다름 없었다. “라면은 돼도 쌀은 안 된다”는 것이 대북 지원에 대한 정부의 기본 인식이었다. 실제 정권이 바뀌면서 한 톨의 쌀도 북한 지역에 들어가지 않았다. 이유는 간명했다. 지난 정부에서 한 해 최대 50만톤의 쌀을 지원했지만 북한 주민에게 제대로 분배됐는지 확인할 길이 없었다는 점이 지적됐다. 2008년에는 북측에 제공한 쌀 중 일부가 북한군 최전방 부대에 유출된 단서가 포착되기도 했다. 그래서 정부는 2008년 7월 차관 형식의 대북 식량 지원을 무상지원으로 바꿨다. 공짜로 쌀을 줄 경우 사후 검증을 요구하는 정부의 발언권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대북 전문가들은 쌀이 가진 양면성을 주목한다. 통일부 전직 고위관계자는 “남북한 모두에 주식인 쌀은 인도주의라는 의미 외에도 주는 입장에서 정치적 대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훌륭한 전략적 무기”라고 설명했다. 남북 분단 구조가 고착화한 상황에서 쌀은 때론 남북관계의 꼬인 매듭을 푸는 지렛대였고, 때론 잘 나가는 관계를 더욱 북돋우는 윤활유 역할을 해왔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현정부도 남북관계에서 차지하는 쌀의 기대 효과가 크다는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정부에게도 딜레마는 있다. 북한은 여전히 천안함 사태 사과와 비핵화 문제에서 진전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부가 쌀 지원을 고려하면서도 “대북 정책의 원칙에서 변한 것이 없으며 지원 주체는 민간(대한적십자), 규모는 100억원 수준”이라고 누누이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100억원을 전량 쌀로 지원해도 구매 가능한 최대 수량은 1만8,000톤(국제시세 기준)에 불과하다. “올해 작황이 좋지 않아 북한이 50만~100만톤 정도의 식량 부족에 시달릴 것”이라는 현인택 통일부장관의 말이 맞는다면 식량난 해소에 턱 없이 모자란 양이다.

홍익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정부가 ‘생색내기’에 그칠지도 모를 쌀 지원에 공을 들이는 이유를 이렇게 풀이했다.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둔 정부 입장에선 천안함 출구전략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데 현재 한반도 정세는 명확한 방향타가 없이 혼재 양상을 띄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남북관계의 불안정 요소를 제거하는 데에서 실마리를 찾으려 했고, 그 통로로 정치적 셈법의 도구였던 쌀을 지목한 것이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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