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가경쟁력 순위가 들쑥날쑥 하고 있다. 지난 5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평가에서는 작년보다 4단계 상승하더니, 9일 발표된 세계경제포럼(WEF) 평가에서는 정반대로 3단계 미끄러졌다.
유사한 설문항목을 두고도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해외 국가경쟁력 평가기관들의 잣대에 대한 신뢰성이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WEF가 발표한 ‘2010년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평가 대상 139개국 중 22위로 작년보다 3단계 떨어졌다. 이에 따라 한국의 순위는 2007년 11위를 정점으로 2008년 13위, 2009년 19위로 하락한 데 이어 올해까지 3년 연속 하락했다. 올해 순위는 2006년(23위)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반면 지난 5월 발표된 IMD의 평가에서는 경쟁력 순위가 세계 58개국 중 23위로 작년보다 4단계 상승했다. 2008년 31위에서 2009년 27위, 그리고 올해 23위 등 2년 연속 상승한 것. 두 기관의 평가가 정반대로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세부 지표에서도 두 기관의 평가 결과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주식시장에서 자본을 조달하는 것이 얼마나 수월한지’를 묻는 항목에서 WEF 순위는 작년보다 21단계 추락한 반면, IMD 순위는 오히려 4단계 상승했다. ‘대출의 용이성’ 역시 WEF는 38단계 하락했지만 IMD는 8단계 올랐고, ‘벤처자본의 이용 가능성’도 WEF(34단계 하락)와 IMD(2단계 상승)의 간극은 컸다.
항목별로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노동시장 효율성 부문의 ‘노사간 협력’ 항목. 작년 131위에서 138위로 추락하면서 최하위(베네수엘라)를 간신히 면했다. 기획재정부 하성 미래전략정책관은 “아무리 우리나라의 노사간 협력이 좋지 않다고 해도 전세계 139개국 중에서 138위라는 결과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우리나라 응답자들이 상당히 보수적으로 답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평가 결과가 엇갈리고 신뢰성이 떨어지는 것은 111개 지표 중 80개를 설문으로 평가할 정도로 설문 의존율이 높은데도 정작 설문 회수율은 현격히 떨어지기 때문. 재정부 관계자는 “WEF 설문은 KAIST 경영대학원의 재학생과 동문 3,2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지만 실제로 응답한 비율은 4.1%인 130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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