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밍도 놓쳤고 신뢰도 잃었다.”
9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결정에 대한 시장 반응은 실망 일색이었다. ‘납득하기 어렵다’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란 말까지 나왔다. 중앙은행의 시장 리더십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는 분위기다.
금통위는 이날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25%로 동결키로 결정했다. 7월 0.25%포인트 인상 이후 두 달째 동결이다.
금통위는 결정근거로 해외경제상황의 불확실성을 들었다. 금통위는 지난 달에는 없던 “미국 등의 성장세 둔화 움직임이 나타났다”는 표현을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 추가했고, 김중수 한은 총재도 기자회견에서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증대됐다”고 밝혔다. 더블딥 가능성이 제기될 만큼 대외경제여건이 불안한 만큼, 이달엔 금리를 올리기 힘들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경제전문가들과 시장은 이날 금통위의 결정에 대해 두 가지 점에서 문제점을 제기했다.
우선 이번에 금리를 올리지 못함으로써 결국 금리인상 시기를 실기(失機)하고 있다는 지적. 우리나라의 적정금리를 4.25%로 권고한 국제통화기금(IMF)처럼, 주요 연구기관들은 한결같이 현 금리수준이 비정상적으로 낮다고 보고 있다. 더구나 향후 경기둔화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 금리를 올리지 못하면, 나중에 내려야 할 때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선진국뿐 아니라 국내 경제도 하반기에 상승세가 둔화할 것으로 전망돼 앞으로 기준금리를 올리기는 갈수록 버거워질 것”이라며 “결국 금통위가 인상시기를 놓쳤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비판은 한은의 말과 행동이 달랐다는 점. 그 동안 김 총재는 국내외 강연 등을 통해 인플레이션 압력을 계속 제기했고 이를 근거로 시장은 이달 금리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는데, 결과적으로 금통위는 전혀 상반된 결정을 내린 것이다. 한 채권딜러는 “정책은 일관성이 중요한데 이를 혼란스럽게 했으니 중앙은행의 신뢰에 금이 갔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시장의 혼란을 반영하듯, 이날 채권금리는 1년물이 0.26%포인트나 폭락하는 등 1년7개월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염상훈 SK증권 연구원은 “한은은 (금리를 동결한 것이 아니라) 사실상 하락을 용인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이날 “금리정상화 기조에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향후 금리인상 가능성은 여전히 열어 놓았지만 시장은 “현재로선 언제 올릴 지 예상조차 하기 힘들다”는 반응이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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