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주인공 톰 크루즈는 모니터와 키보드를 사용하는 대신 허공에 투사된 화면에 손짓을 해서 영상을 조절한다. 이러한 미래기술을 국내 의류 매장에서 볼 수 있게 됐다. 패션 브랜드 신원은 6일 온라인 몰을 열고 ‘가상 피팅 룸’ 서비스를 시작했다. 소비자가 웹캠으로 자신의 모습을 컴퓨터 화면에 띄우고 여기에 원하는 옷을 입혀 봄으로써 어떻게 보이는지 감을 얻을 수 있는 서비스다.
정보기술(IT)을 활용한 패션업체들의 고객서비스와 마케팅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이용해 가상으로 제품을 입어보고 직접 디자인하며, 스타일을 조언 받거나 매장 정보를 확인하는 데까지 나아가고 있다.
첨단 기술로 가상 피팅 서비스 활발
가상 피팅 룸은 신원의 온라인 몰 스타일아이디(www.styleid.co.kr)의 야심찬 차별화 전략이다. 신원 박성철 회장은 “온라인 쇼핑에서는 실제 착용을 못하는 것이 최대 약점이었지만 가상 피팅을 통해 상당히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다. 소비자에게도 편리하지만 반품률이 줄어 기업도 이익이다. 신원은 가상 피팅 후기를 올린 소비자에게 추첨을 통해 쇼핑 지원금을 주고, 원하면 자신의 사진을 가상 피팅 아바타로 사용토록 공개하는 기회도 준다. 이달 중순부터는 스마트폰으로도 이용 가능하다.
청바지 브랜드 리바이스는 신제품 커브ID 출시를 맞아 9일까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3D 바디스캐너를 이용한 가상 피팅 서비스를 실시했다. 고객이 투명 유리관 안에서 체형을 측정하면 정면 모니터에 아바타가 나타나 여기에 청바지를 입힐 수 있다. 김소희 리바이스코리아 마케팅본부장은 “흔히 허리가 맞으면 엉덩이가 안 맞거나, 그 반대인 여성들이 많아 자기 체형에 딱 맞는 청바지를 고를 수 있도록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도 봇물
10~20대용 화장품 브랜드숍 에뛰드 하우스는 스마트폰에서 자신의 얼굴에 메이크업을 완성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내놓았다. 아이폰 앱스토어에서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으면, 에뛰드 하우스 모델인 2NE1의 메이크업 따라하기를 통해 화장방법을 배워보거나, 신제품 색깔이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지 가상 메이크업을 시도해볼 수 있다. 직장여성 김다은(28)씨는 “내 사진에 2NE1의 화장법을 하나씩 따라 적용해 볼 수 있어 재미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타깃의 화장품 브랜드숍 네이처 리버플릭도 날씨에 따른 피부 관리법과 제품을 추천하는 ‘오늘의 피부 날씨’애플리케이션을 선보였다.
스포츠 브랜드 MLB는 얼굴 사진 위에 마음에 드는 모자를 씌워보는 ‘트라이 MLB’를 서비스하고 있다. 모자 각도와 크기를 조절할 수 있고 이 이미지를 저장, 전송할 수 있다. 아이디 ‘singerhc’인 MLB 네이버 카페 회원은 “친구 선물을 고를 때 유용할 것 같다”는 후기를 남겼다. 헤어 브랜드 미장센도 자신의 사진을 이용해 헤어스타일을 바꿔보는 서비스를 이달 중 선보일 예정이다.
캐주얼 브랜드 갭은 13일부터 청바지에 지퍼를 달거나 워싱효과를 주는 등 스마트폰에서 청바지를 디자인하는 ‘마이 진 마이 피트(My jean My fit)’서비스를 시작한다. 자기 체형을 선택하면 디자인한 청바지가 어울리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밖에 여성복 브랜드 구호는 구호식 라이프 스타일을 공유하기 위해 10월 정구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직접 패션, 여행, 요리 등 정보를 추천하는 애플리케이션을 낸다.
QR코드, 가까운 매장과 스타일 조언까지
빠른 응답(Quick Response·QR)코드는 흑백 격자무늬 패턴 속에 정보를 담고 있는 2차원 바코드로, 문자 이미지 동영상까지 저장할 수 있다. LG생활건강 헤어브랜드 엘라스틴은 잡지와 무가지, 카탈로그 등에 QR코드 광고를 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이를 스캔하면 제품 정보, 모델 전지현의 동영상 광고, 위치 인식을 통해 가장 가까운 제품 판매점을 볼 수 있다. 빈폴 액세서리는 가을 신제품인 알리사 백을 출시하면서 매장 진열대에 QR코드를 함께 붙여 코디 조언과 스타 마케팅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신발 브랜드 스케쳐스도 최근 QR코드 광고를 시작했다.
IT 기술을 접목하면 생각할 수 없었던 이색 마케팅도 가능해진다. 여성복 브랜드 쿠아는 홈페이지(yuna.qua.co.kr)에 휴대폰 번호를 남기면 모델 김연아의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이벤트를 진행 중인데, 일주일만에 이용자가 이미 3만 명을 넘어섰다. “제게 어떤 스타일이 어울릴지 골라주세요”라는 쿠아 모델 김연아의 녹음된 목소리가 전화로 걸려오면, 스마트폰에 뜬 상품 이미지 중 하나를 골라줄 수 있다. 쿠아 임창주 브랜드 총괄 상무는 “소비자에게 흥미를 주면서 광고효과를 낼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프로모션”이라고 설명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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