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부터 시행된 타임오프제가 큰 말썽 없이 자리잡아가고 있다. 두 달 만에 새로 단체협약을 맺은 노조의 70%가 동의를 했고, 가장 큰 장벽으로 보였던 기아차 노조도 유급 전임자수를 대폭 줄이는 것에 합의했다.
그러나 대학 병원들이 주축인 보건의료 노사는 타임오프를 두고 극한 갈등과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어제 한양대 의료원 노조가 파업을 시작했다. 오늘은 이화의료원, 내일은 경희대 의료원 노조가 총파업한다. 4개월 동안 사용자의 거부로 현장교섭을 하지 못한 고대의료원 노조도 중앙노동위의 조정회의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면 파업에 동참할 계획이다. 보건의료노조의 경우 올해 단체협상이 만료되는 127개 사업장 가운데 겨우 19 곳만 타임오프에 합의했으며 68곳이 노사갈등을 겪고 있다.
보건의료 노조가 타임오프 도입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쟁점은 사업장의 단위 계산이다. 노조는 지역 별로 산재한 병원을 각각의 사업장으로 계산하자고 주장하고 병원 측은 여러 병원 전체를 한 사업장으로 봐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둘 다 전임자수 때문이다. 한양대 의료원의 경우 서울과 구리 두 병원을 개별 사업장으로 보면 전임자 수가 9명이 되고, 하나로 계산하면 4명이 된다.
1차적인 책임은 정부에 있다. 고용노동부는 복수사업장에 대해 명확한 적용 규정을 제시하지 않았다. 합리적 지도와 조정, 관리 감독에도 소홀했다. 막상 갈등이 커지자 "인사, 노무관리, 회계 등이 독립적으로 조정되는 경우는 별도 사업장으로 본다"고 밝혔지만, 노사 모두의 반발을 사고 있다. 병원에 따라 같은 규모의 조합원을 두고도 전임자 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어떤 제도를 정착시키려면 다양한 경우를 감안한 정밀 대책이 필요하다. 타임오프도 단순한 기준 하나로 밀어 붙일 일이 아니다. 복수 사업장, 병원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 때마침 8일 새 노사정위원장도 왔으니 연쇄파업으로 환자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 합리적 조정과 타협의 길을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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