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으로 구성된 ‘검찰시민위원회’가 가동된 지 2주 만에 검찰의 기소 의견을 뒤집은 첫 사례가 나왔다.
9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창원지검 검찰시민위원회는 지난 2일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김모씨에 대해 검사의 기소 의견을 뒤집고 ‘불기소 적정’ 의견을 냈다. 검찰도 시민위의 의견을 존중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려 이 사건은 시민위가 기소독점권에 제동을 건 첫 사례가 됐다.
이 사건의 쟁점은 김씨가 사기범에게 속아 통장을 넘긴 행위를 기소해야 하는지였다. 담당 검사는 현행 법에 따라 통장을 제3자에게 넘긴 것은 명백한 위법행위이므로 기소해야 한다고 봤지만, 시민위는 김씨가 속아서 넘겨 준 점, 범죄에 이용된다는 사실을 안 뒤 신고한 점 등을 들어 전원 일치로 불기소 의견 냈다. 결국, 교수 농업인 등으로 구성된 시민위의 관대한 시각 덕분에 김씨는 기소를 면하게 됐다.
검찰은 스폰서 검사 의혹으로 인한 신뢰도 추락과 기소독점권을 근거로 한 자의적 기소 등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일자, 지난달 20일 전국 41개 검찰청에 시민위를 설치했다. 대검 관계자는 “시민위가 본격적으로 가동된 뒤 검찰의 의견과 다른 결정을 이끌어 낸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뇌물, 정치자금법 위반 등 부정부패 사건과 같은 민감하고 중요한 사건의 공정한 처리를 위해 시민 의견을 청취하겠다는 본래 목적과 달리, 제도가 경미한 사건에 대해서만 요식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걸음마 단계인 시민위가 제도의 본래 취지대로 활동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며 “이 제도를 존속할 것인지, 다른 개혁방안을 모색할지는 제도 시행 결과를 지켜본 뒤 차후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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