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원(51) 대교그룹 비서실장은 요즘 출근 시간이 한 시간 더 빨라졌다. 원래도‘아침형 인간’이었지만 최근엔 오전 7시면 사당동 본사 사무실에 도착한다. 지난 7월30일자로 그룹 비서실장으로 발령 받은 후 달라진 모습이다.
이렇듯 시간을 쪼개가며 하루를 바쁘게 보내지만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에게 보고할 사항을 꼼꼼히 파악하면서도 태풍 ‘곤파스’가 한반도를 강타한 지난 2일에는 여자 배드민턴단과 축구단 숙소에 피해가 없는 지까지 세심하게 챙겼다.
배드민턴 청소년 대표 출신의 서 실장이 대교그룹과 인연을 맺은 건 지난 97년 대교배드민턴단 초대 감독을 맡으면서부터다. 서 실장은 이후 강영중 회장으로부터 특유의 친화력과 리더십을 인정 받아 경영인으로 성공적인 변신을 했다.
서 실장은 2005년 4월 대교스포츠단 단장(상무)을 맡았고, 2008년에는 대교 눈높이 여자 배드민턴팀과 대교 캥거루스 여자축구단을 통합 총괄하는 그룹스포츠단 초대 수장에 올랐다. 또 세계청소년문화재단, 대교문화재단, 경기외고, 한국사이버대학 등을 총괄 관리하는 막중한 임무에다 강 회장을 지척에서 보좌하는 그룹 비서실장까지 맡게 된 것이다.
그동안 경기인 출신으로 ‘샐러리맨의 별’이라는 기업 임원에까지 오른 인물은 몇몇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김응룡 삼성 라이온즈 야구단 사장이고 민경삼 SK 와이번스 야구단 단장, 이유성 대한항공 스포츠단 단장, 조승연 삼성 썬더스 농구단 단장도 선수 출신이다. 그러나 스포츠단 수장을 뛰어넘어 그룹 업무를 총괄하는 비서실장에까지 오른 케이스는 서명원 실장이 처음이다.
서 실장은 “아마도 회장님이 저에게 이것저것 많은 것을 배우게 하시려는 큰 뜻인 것 같습니다”며 “운동을 하는 후배선수들에게 롤 모델이 됐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입니다”라고 말한다.
강영중 회장이 서 실장의 능력을 높이 산 것은 기업의 성과주의와도 맞물려 있다. 서 실장은 지도자 시절 96 애틀랜타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방수현을 비롯해 라경민 전재연 등을 세계 최정상권 선수로 키워냈다. 그 동안 제자들이 따낸 국제대회 금메달만 100개가 넘을 정도다. 한마디로 ‘배드민턴의 미다스’였다.
서 실장은 장애인체육발전에도 큰 공을 세웠다. 2005년 세계장애인배드민턴선수권대회에서 국가대표 감독을 맡은 서 실장은 같은 해 동양대에 농아들로 구성된 배드민턴 팀을 창단, 2006년 데프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냈다.
또 2006년 아시아 태평양 장애인경기대회에서도 대표팀 감독을 맡아 금메달 7개를 휩쓸며 종합 우승을 거두는데 앞장섰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 받아 지난 2008년 6월에는 정부로부터 체육훈장 거상장을 받았다. 서 실장은 현재까지도 한국장애인올림픽위원회(KPC) 위원과 아시아장애인배드민턴연맹 회장을 맡고 있다.
서 실장이 후배 선수들에게 일관되게 당부하는 말이 있다. 부잣집 막내아들로 태어나 집안의 반대를 무릎 쓰고 충주 충일중 1학년 때 배드민턴 라켓을 잡은 서 실장은 “우리 때는 부모님들이 운동을 한다고 하면 다 굶어 죽는 줄 알고 극심하게 반대했다”며 “그러나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 자기가 맡은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다 보면 기회는 반드시 오게 돼있다. 그때를 위해서라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승택기자 l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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