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민간인을 재미 삼아 살해한 뒤 사망자의 손가락을 기념으로 모은 엽기적인 미군들이 적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이 "아프간 전쟁 범죄 중 최악의 하나"라고 기록한 이번 사건은, 한 동료 병사의 용기 있는 제보가 아니었다면 영원히 묻힐 뻔했다.
9일 가디언, 시애틀타임스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에 있는 미군 스트라이커 여단에 캘빈 깁스(25) 하사가 배정되면서 일이 시작됐다. 그는 이라크에서 근무할 때 경험해봤다며 "수류탄을 던져 사람을 죽이는 게 얼마나 쉬운지"를 설명하고 동료들을 끌어 모았다. 깁스의 계획에 제레미 모락(22), 앤드류 홈즈(19) 등 젊은 병사 4명이 동참해 5명의 소위 '킬 팀(kill team)'이 구성됐다. 이들에게 살해된 첫 희생자는 굴 무딘이라는 아프간 남성이었다. 킬 팀은 지난 1월 한 마을을 순찰하던 중 양귀비 밭 옆에서 무딘과 마주쳤다. 깁스가 모락에게 수류탄을 건넸고 모락은 수류탄을 무딘 쪽으로 던졌다. 마지막으로 홈즈가 무딘에게 총을 쐈다. 이들은 서로 "재미로 그랬다. 남들에게 말하지 말자"고 입단속을 했다. 2월에는 마라치 아그하라는 아프간인이 희생됐다. 이들은 아그하가 무장세력인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시신 옆에 칼라슈니코프 자동소총을 놓아두었다. 5월에는 세 번째 희생자 물라 아디드다드가 일을 당했다. 지금까지 확인된 희생자는 이렇게 3명이다. 일당 중 일부는 희생자들의 손가락 뼈를 기념품으로 모아 보관하고 있었으며 시신 옆에서 기념촬영을 하기도 하는 등 전쟁의 광기를 강조하려는 영화 속에서나 나옴직한 잔혹한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이들의 범행은 익명의 동료 제보자가 지난 5월 "부대원 중 일부가 해시시(대마의 일종)를 피운다"고 상관에 보고하면서 꼬리를 잡혔다. 실제 이 부대 병사들은 근무 도중 해시시를 피우고, 마약이 떨어지면 아프간 민가에서 훔치기도 했다. 깁스와 모락을 포함한 부대원들은 제보자를 폭행했는데, 이에 격분한 제보자는 킬 팀의 악행을 추가로 터뜨렸다.
5명은 곧 살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질 예정이며 유죄가 확정되면 사형이나 종신형을 선고 받을 수 있다. 제보자 폭행과 사건 은폐에 관여한 다른 병사 7명도 조사를 받고 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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