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검찰 주변에서는 "고소를 당한 쪽은 신 사장이지만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도 안심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소문만 무성하다 끝나버린 라 회장의 50억원 비자금 의혹이 수사의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 이중희)는 8일 신한은행 관계자를 불러 고소 취지를 확인하고 신 사장의 배임과 횡령 혐의를 입증할 자료를 제출 받았다. 검찰은 고소인을 상대로 신 사장이 불법 대출에 관여했는지, 회삿돈을 횡령했는지 등을 먼저 조사한 다음 신 사장을 소환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이 이 사건을 일반 고소사건과 달리 특별수사 부서인 금융조세조사부에 배당했다. 특별수사 경력이 많은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일반 고소사건처럼 형사부나 조사부에 배당하지 않은 것은 고소내용만 살피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금융기관 대출과 관련된 것이라 전문 부서에 맡겼다"고 성급한 해석을 경계하고 나섰다.
신 사장이 검찰에 소환되면 검찰 수사는 신 사장과 라 회장의 비리를 캐는 두 갈래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라 회장과 함께 쌍두마차로 신한금융지주를 이끌어온 신 사장이 배신감에서 라 회장과 관련된 비리를 폭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검찰은 지난해 '박연차 게이트' 수사 과정에서 라 회장이 타인 명의의 계좌에서 50억원을 인출해 박 전 회장에게 전달한 사실을 파악했으나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한 바 있다. 신 사장이 이 사건과 관련한 구체적 증거와 진술을 제공할 경우 검찰은 라 회장 대목을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이라는 논리다.
최근 민주당이 "라 회장의 50억원 문제는 실명거래법 위반이고, '영포라인'의 비호세력이 봐주고 있다"며 몰아붙이는 상황도 라 회장에겐 악재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이 금융실명제법 위반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본격적으로 이 사건 수사에 나선다면 고소인측 또한 곤경에 처할 수 있다. 검찰은 "수사에서 가정은 없고 이 사건은 고소사건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집안 싸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어떻게 전개될지에 세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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