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최근 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 명단을 공개하면서 내놓은 이른바 '부실 대학' 평가 기준을 놓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재정건전성과 전임교원확보율 등 교육 여건을 나타내는 지표가 핵심이 돼야 할 대학의 부실 여부가 재학생충원율에 좌우돼 지방대에 절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됐다는 비판이다.
8일 교과부에 따르면, 교과부는 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을 선정하면서 재학생 충원율을 핵심 지표로 사용했다. 4년제 대학은 35%, 전문대는 무려 50%를 반영했다. 취업률(각 20%)과 재정건전성(4년제 대학 20%, 전문대 15%)보다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다니고 있느냐에 따라 부실 대학이 결정된 것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재학생충원율은 대학의 여건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라며 "좋은 대학이라면 신입생도 많고, 중도에 포기하는 학생도 당연히 적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 등 대도시와 멀리 떨어진 지리적인 요인 때문에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 소재 대학들은 "지방대 죽이기"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충청권의 한 대학 총장은 "충원률에 가중치를 둔 것은 지방대만 부실 대학으로 선정하겠다는 의도나 다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부실 대학 30곳 중 서울 소재 대학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교과부는 "명단 공개로 해당 대학들이 교육 여건 개선에 힘쓸 것이며 여건이 나아지는 대학은 구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부실로 '낙인 찍힌' 대학의 재학생충원율은 학생들의 기피로 더욱 악화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대학 평가가 구체적인 실사 작업 없이 대학 알리미에 공시된 자료만으로 이뤄진 점도 문제다. 교과부 관계자는 "대학에서 책임지고 발표한 자료에 근거해 평가했으며, 현실적으로 많은 대학을 직접 실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명단 공개의 파장을 고려할 때 대출 제한 대학에 한해서라도 실사가 이뤄졌어야 옳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명단 선정 과정에서 대학 측과 정치권의 로비설도 불거지고 있다. 당초 하위 15%인 50곳의 명단을 공개하려던 계획은 발표 직전 30곳으로 돌연 축소됐다. 이 과정에서 대학 측과 지역 의원들이 정부 측에 직ㆍ간접적으로 공개 범위 축소를 요청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부실 대학 명단 공개를 둘러싼 이런 잡음은 대학 구조조정이 법적인 근거 없이 진행됐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