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픽사 스튜디오의 야심작 ‘토이스토리3’는 지난달 27일 전세계 흥행 매출 10억 달러를 돌파했다. 미국 영화흥행조사기관 박스오피스모조에 따르면 지난 6일 현재 ‘토이스토리3’는 미국에서만 4억889만 달러를, 전세계에선 10억3,109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2억 달러라는 만만치 않은 제작비를 들여 그 5배에 달하는 막대한 수익을 올린 것이다. ‘토이스토리3’는 ‘다크 나이트’를 제치며 역대 세계 흥행순위 6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흥행 속도가 빠른 편이어서 역대 흥행 순위 5위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감독 팀 버튼)도 곧 따라 잡을 것”이라고 박스오피스모조는 전망했다.
‘토이스토리3’는 이처럼 세계 극장가를 들썩이게 하고 있지만, 한국에서의 흥행 성적은 초라하다. 지난달 5일 개봉해 이달 6일까지 146만명이 봤다. 여름 흥행작 ‘인셉션’과 ‘아저씨’의 위세에 눌렸고, ‘솔트’와 ‘나잇 & 데이’의 흥행 기세에 치였다. 6~8월 개봉한 외화 중 다섯 손가락 안에도 못 드는 흥행 수치다. ‘토이스토리3’의 저조한 흥행은 애니메이션을 아이들의 전유물로 보는 한국영화 시장 특유의 선입견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토이스토리3’의 수입배급사 소니픽처스 릴리징 브에나비스타 영화의 석송자 과장은 “오락성과 완성도를 두루 갖춘 영화라 최소 200만명 이상을 기대했다. 흥행 결과가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토이스토리3’의 희비는 영화가 세계 공통의 언어라고 하지만 흥행은 국가에 따라 그때그때 다르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토이스토리3’가 한국 시장에서 저공비행을 한 반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인셉션’은 높게 날아올랐다. 지난 주말까지 576만명이 관람하며 ‘아바타’(1,335만명)와 ‘트랜스포머2: 패자의 역습’(743만7,820명) ‘트랜스포머’(743만7,443명)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596만명)에 이어 역대 외화 흥행 순위 5위에 올랐다. ‘인셉션’의 한국시장 수익은 미국을 제외하고 영국 일본 프랑스에 이어 4위지만, 관객수로는 단연 1위다.
‘인셉션’은 전세계에서 6억9,735만 달러를 벌어들인 흥행작이라고 하나 ‘토이스토리3’의 성과엔 한참 못 미친다. 올해 미국 개봉 영화 중 ‘토이스토리3’가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인셉션’은 5위에 올라있다. ‘인셉션’의 홍보사 올댓시네마의 김태주 실장은 “게임 같은 영상과 이야기 구성이 게임 강국인 한국 관객들에 더 친숙하게 다가간 듯하다. 애니메이션 시장이 상대적으로 작은 한국의 현실도 ‘인셉션’에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안젤리나 졸리 주연의 첩보 액션물 ‘솔트’도 한국 극장가에서 유난히 짭짤한 재미를 맛보았다. ‘솔트’는 6일까지 288만명이 관람하며 ‘인셉션’에 이어 여름 시장 외화 흥행 순위 2위에 올랐다. ‘솔트’는 미국 시장에서 1억1,556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올 여름 개봉작 중 8위에 그쳤다. ‘솔트’의 수입배급사 소니픽처스 릴리징 브에나비스타 영화의 허인실 과장은 “안젤리나 졸리가 개봉을 앞두고 한국을 첫 방문한 점이 바람을 일으킨 듯하다”고 말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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