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을 필두로 시장 개방의 물결은 점점 거세지고 있는 상황. 정부 보호 및 지원이라는 울타리 내에서 근근이 버텨온 우리의 농축산업은 점점 더 기댈 곳을 잃어가고 있다.
이런 개방의 높은 파고 속에서 우리 농축산업이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해법은 경쟁력을 갖춘 세계적인 농축산 기업을 육성하는 것.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이명기 연구위원은 “품질 강화도, 방역관리 강화도, 친환경 육성도 모두 기업화를 통한 자금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아그로수퍼에 버금가는 대형 농축산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발걸음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7, 8월 농림수산식품부가 민간업체 및 유관기관과 함께 캐나다, 브라질, 칠레, 독일, 덴마크 등의 선진 축산기업을 벤치마킹한데 이어 조만간 농축산 식품기업 육성 방안 마련을 위한 심포지엄을 개최할 예정. 이를 토대로 연내에 농축산 기업 육성 기본계획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국내 현실상 기업화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칠레의 아그로수퍼나 미국의 최대 육류가공업체인 타이슨푸드, 브라질 육류업체 JBS처럼 민간자본이 중심이 된 축산기업은 우리 현실에 적합하지 않다는 견해가 많다. 농식품부 노수현 축산경영과장은 “영세 농민들의 반발 정서 등을 감안할 때 우리 현실에는 대기업 자본의 농축산업 진출은 바람직한 형태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래서‘한국형 농축산기업’의 모델로 꼽히는 것이 협동조합형 농축산 기업. 유럽 최대 양돈협동조합인 덴마크의 데니시크라운의 경우 덴마크 양돈 농가 대부분(95%)이 참여하고 있다. 노 과장은 “우리 농축산업이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계열화, 조직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협동조합형 기업화가 우리 농축산업이 추구해야 할 방향”이라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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