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거래 중인 국내 기업들은 7일 정부의 대(對)이란 제재조치로 거래대금 결제 통로가 막힌 데 따른 피해를 걱정했다. 특히 이란 내수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전자업계를 비롯, 자동차와 철강, 합성수지 수출업체들은 이란 정부가 한국상품에 대한 관세율 인상이나 광고금지 등 보복 조치를 취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제재로 제3국을 통한 우회 금융거래가 어려운 중소기업들의 큰 피해가 예상된다며 우리 기업들이 올해만 15억~20억 달러의 피해를 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KOTRA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대 이란 수출 규모는 39억 9,000만 달러. 올 7월까지는 29억 2,3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박부규 무역협회 정책협력실 실장은 “대 이란 거래 비중이 100%인 90개사를 포함해 50% 이상인 기업이 279개사”라며 “이들 대부분 중소기업이어서 그나마 제3국을 통한 금융거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대기업에 비해 피해 규모가 커질 지 모른다”고 우려된다.
업종별로 보면 자동차, 철강, 전자, 플랜트, 선박, 건설 관련 기업들의 피해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ㆍ기아차의 경우 7월 이후 6,000대 가량의 차량 수출이 중단됐고 부품을 수출해 현지에서 조립 판매하는 반제품조립(CKD) 공급도 차질을 빚고 있다. 종합상사들은 사실상 이란 수출을 중단한 상태다. 지식경제부는 “이번 조치로 정유플랜트 건설 프로젝트의 신규 수주 및 선박 수출이 악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며 “그러나 원유수입은 별 영향이 없을 전망이며, 이란이 원유금수를 취할 가능성도 낮다”고 내다봤다.
건설업계도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 대림산업과 두산중공업 등 3개 업체가 총 15억 달러의 공사를 이란에서 벌이고 있다. 한 관계자는 “국제공조라는 대의명분과 이란 발주처와의 신뢰관계 유지라는 현실적 목표 사이에서 해결책을 찾지 못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번 제재 이후 국내 업체는 이란이 발주할 예정인 5곳(250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중국에 넘겨주게 됐다”고 덧붙였다.
특히 전문가들은 한국의 대이란 제재 조치에 대한 이란 측의 반감을 우려하고 있다. KOTRA관계자는 “수 십년 동안 어렵게 쌓아 올린 신뢰관계가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될 지 모른다”며 “이란 측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 지가 최대 관심사”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식경제부와 무역협회는 10일 업체 관계자, 업종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대 이란 제재에 따른 업계 설명회를 연다고 밝혔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