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대ㆍ중소기업 상생의 핵심은 제도와 규정보다 인식의 변화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달 말 내놓을 상생의 산업생태계 재편전략에 앞서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듣는 자리에서다. 대통령의 말은 주로 대기업 오너와 최고경영자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지만, 중소기업계의 자구 노력과 분발을 촉구한 대목이 주목된다. 상생의 산업 생태계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려면 공정한 시장규칙을 확립하는 것 이상으로 중소기업의 자활의지와 네트워크 형성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어제 청와대 간담회에서 중소기업계 대표들이 건의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13일로 예정된 대기업 총수와의 간담회를 앞두고 한 쪽의 목소리만 부각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 같다. 하지만 부당한 남품단가와 결제방식, 지적 재산권 침해, 사업영역 침해 등 그동안 지적됐던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관행이 다시 거론되고 엄정하고 공정한 시장환경을 위한 제도 도입 건의가 잇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흥미로운 것은 이 대통령이 이런 목소리를 일방적으로 수용하기보다 상응하는 노력을 강하게 주문한 점이다.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중소기업도 기본적으로 인식이 변해야 한다.""공정한 환경 조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중소기업도 원천기술 개발 등을 통해 독자 생존력을 키우고 대기업 발전에 기여하는 경쟁력 있는 조력자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 그것이다. 대기업의 시혜적 호의만 강조하는 처방으로는 지속 가능한 상생 생태계를 만들 수 없다는 뜻이다.
뿌리깊은 불공정거래 관행을 개선하려면 대기업 경영진의 인식 변화와 제도적 뒷받침이 선행돼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에 안주하거나 상생 여론에 편승해 건강한 조력자가 되려는 노력을 게을리할 경우 그 생태계는 존속될 수 없다. 이 대통령이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를 주고 결과에 책임지게 하는 것이 공정사회의 기본 바탕"이라고 정리한 뜻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업계로서는 대통령이 보다 따뜻한 배려를 하지 않은 것이 섭섭할지 모르나 우물에서 숭늉을 찾을 수 없듯이 모든 일엔 절도와 순서가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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