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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의료를 달린다] 서울성모병원 <1> 자궁 보존 힘쓰는 ‘부인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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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의료를 달린다] 서울성모병원 <1> 자궁 보존 힘쓰는 ‘부인암센터’

입력
2010.09.08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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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모(32)씨는 임신을 위해 산전 검사를 받다가 뜻밖에 자궁경부암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김씨는 조기(1기)에 발견돼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는 의사 말에 가슴을 쓸어 내리면서도 임신을 계획하고 있던 터라 걱정이 앞섰다. 얼마 전 친구 어머니가 자궁경부암으로 자궁을 들어냈다는 얘기를 들어서인지 더욱 불안했다. 출산을 꼭 하고 싶었던 김씨는 고심 끝에 부인암으로 권위 높은 서울성모병원 부인암센터를 찾았다. 검사 결과, 다행스럽게도 김씨는 암이 전이되지 않아 자궁경부 일부만 절제하는 ‘원추 절제술’을 받고 임신에 성공했다.

젊은 여성 자궁경부암 10년 새 2배 증가

자궁은 조롱박을 거꾸로 매달아 놓은 모양이다. 이 조롱박의 입구에 해당하는 부위, 즉 경부(頸部)에 악성 암이 발생한 것을 자궁경부암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자궁경부암은 유방암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여성암이다. 한 해 4,000명의 환자가 생기고, 이로 인해 1,100명이 사망한다(2007년 암 통계). 특히 젊은층 발병률이 꾸준히 늘어나는 것이 문제다. 2008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발표에 따르면, 자궁경부암으로 진료를 받은 여성 1만7,170명 가운데 20~30대가 1,891명으로 전체 환자의 10%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성모병원이 지난 10년 동안 자궁경부암 환자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타났다. 1990~1992년에는 6%에 불과하던 35세 미만 환자의 비율이 2005~2006년에는 2배 가까이 늘어났다.

박종섭 서울성모병원 부인암센터장은 “최근 성생활을 시작하는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20~30대 젊은 여성에서 자궁경부암 발생률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들은 출산을 앞둔 만큼 자궁을 모두 잘라내야 하는 상황이 되면 다른 연령대 여성보다 상실감이 더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0분 내 간단히 수술하는 ‘원추절제술’효과

임신은 난자와 정자가 만나 수정된 수정란이 여성의 자궁에 착상하면서 시작되므로, 임신을 유지하려면 반드시 자궁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자궁경부암에 걸려 암세포가 자궁 위쪽까지 퍼지면 자궁과 난소, 난관을 모두 잘라내야 한다. 암세포가 다른 곳으로 전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자궁 전체를 절제하는 방법으로 암을 치료하다 보면 불임이 될 수밖에 없다. 김씨처럼 임신을 계획하고 있던 젊은 여성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다.

예전에는 자궁경부암 환자에게 무조건 출산을 포기하게 하고 자궁을 들어내는 자궁 적출술을 시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암이 자궁경부 이외의 다른 곳으로 전이되지 않은 상태(1기)에서 암이 2㎝ 이하로 작을 때에는 자궁은 그대로 놔두고 자궁경부와 그 주변 조직을 잘라내는 ‘광범위 원추절제술’을 시술해 최대한 출산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원추절제술은 자궁경부암 0기라고 불리는 상피내암 단계에서 자궁 조직 일부만을 동그랗게 도려내는 수술로, 간단한 수면 마취로 10분 내 수술을 마칠 수 있다. 실제로 직장 여성들 가운데에는 하루 휴가를 내고 수술을 받은 뒤 바로 다음 날 출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1기 말까지도 광범위 원추절제술로 치료하고 있다. 광범위 원추절제술이란 자궁경부 주위 조직의 1~3cm를 광범위하게 절제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인 자궁경부암 수술은 배 한가운데에 10~15㎝ 정도의 흉터를 남긴다. 이에 반해, 광범위 원추절제술은 상처를 거의 남기지 않을 뿐만 아니라 수술 후 3일 정도면 일상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속도도 빠르다.

다만 자궁경부는 임신 시 자궁이 열리지 않도록 지지하는 역할을 하므로 원추 절제술을 받은 뒤 임신했을 때에는 임신을 유지하기 위해 자궁경부를 묶는 ‘맥도널드 수술’을 따로 받아야 할 수도 있다.

이근호 서울성모병원 부인암센터 교수는 “최근 외국에서 원추절제술을 받은 가임 여성의 40~60%가 출산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됐다”며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시술법은 암세포가 림프절까지 전이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된 환자에게만 시행할 수 있고, 2기 말 이상 환자에게는 시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백신접종으로 70%만 예방…정기 검사를

자궁경부암은 진행성 암으로 옮겨가기 전에 반드시 이형증이나 상피내암 단계를 거치는데, 상피내암이나 조기(1기)에 발견하면 원추절제술로 병이 생긴 부위만 도려내고 치료할 수 있다. 따라서 정기 검진만 잘 해도 최악의 사태는 막을 수 있다.

자궁경부암 검사법은 인유두종바이러스(HPV)검사와 자궁경부 세포검사, 질 확대경 검사, 조직 검사 등이 있으며, 이들 검사는 다른 암 검사들과 달리 몇 분이면 끝날 정도로 간단하고 결과도 매우 정확하다.

박종섭 교수는 “자궁경부암은 선진국에서는 발생률이 낮은 암”이라며 “현재 국내 자궁경부암 환자는 한 해 10만명 당 15명으로, 10여 년 전 10만명 당 23명에 비하면 크게 줄은 편이지만, 우리나라의 姸┠쩜?감안한다면 10만명 당 7~8명 정도로 낮춰야 정상”이라고 말했다.

자궁경부암은 성행위를 통해 남성으로부터 전염되는 HPV가 주 원인이므로,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는 HPV 백신을 맞으면 상당히 예방할 수 있다. 다만 현재 HPV백신은 100종이 넘는 HPV 가운데 자궁경부암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고위험군인 HPV16형과 18형을 예방하는 데 국한돼 있어, 전체 자궁경부암의 70% 정도 예방할 뿐이다. 결국 HPV 예방백신을 접종하더라도 자궁경부암을 100% 예방하려면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는 수밖에 없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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