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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종편 선정, 법 취지에 충실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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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종편 선정, 법 취지에 충실하게

입력
2010.09.08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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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가 마련한 종합편성채널 관련 공청회가 마무리됐다. 방통위의 기본계획안이 뜨뜻미지근한 복수안 인 탓에 공청회는 결국 소리만 요란한 '공청' (空聽)의 경연장이 됐다. 종편 참여를 바라는 신문사업자들 역시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며 사업자 수와 선정 방식, 납입자본금 규모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이들은 건곤일척의 진검 승부에서 결코 물러설 뜻이 없다. 그 칼이 누구를 벨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종편사업자 선정의 법적 근거는 신문법과 방송법 개정안이다. 이 법 통과 때의 아수라장을 보도한 외신들은 정부 여당이 미디어법을 강행 통과시킨 까닭은 보수 신문들의 방송사업 진출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외국인들도 꿰뚫어 본 속셈을 두 법률 개정안은 '미디어 산업의 활성화와 경쟁력 강화'라고 포장했다.

쉬운 목표가 아니다. 오랫동안 준비했다지만 신문사업자들이 방송에 진출해 기존의 강력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막대한 이윤을 얻을 수 있을지, 또 그 잉여 이익을 신문 산업에 재투자해서 신문 저널리즘을 부흥시킬지 불투명하다. 미디어 상품으로서 방송프로그램의 속성과 세계 영상시장 구조를 감안할 때 고만고만한 종편사업자들이 생산한 콘텐츠가 국제 경쟁력을 갖춰 한국 방송산업의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을지도 생게망게하다.

미디어법을 개정한 핵심 이유는 대기업과 신문사업자들이 종편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꾸는데 있다. 이들이 방송에 진출하면 오히려 여론의 다양성이 훼손될 것이라는 사회적 비판을 우려해 정부 여당은 두 법안에 그럴싸한 위원회 구성 근거를 마련했다. 3월 18일 문광부가 신문법의 여론집중도 조사위원회를 출범시켰고, 방통위 산하 미디어다양성위원회도 방송법을 근거로 같은 달 30일 구성되었다. 이어 지난 달 19일 신문구독률의 시청점유율 환산 방식도 발표되었지만 그러한 장치가 여론 독과점을 예방하고 미디어다양성을 확보하는 실질적인 기능을 수행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신문산업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지원과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지만, 굳이 경제적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고 여론다양성 침해 우려도 큰 종편 진출 방식이어야 하는지 난감하다. 이미 방송법 시행령은 사업자 수와 관계없이 종편 채널을 의무적인 송출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도 채널 연번제를 도입해 방송사업자들의 채널편성 자유까지 옥죄려는 주장이 난무한다. 종편사업자들의 방송광고 판매 역시 미디어렙의 규율을 받지 않도록 허용하자는 입법안도 발의됐다.

그러나 방송광고 부문의 특별한 예외조치는 방향 없이 모질게 부는 바람처럼 광고 거래질서를 초토화할 수 있다. 그 파편의 위해는 종편사업자뿐 아니라 다른 유형의 방송사업자, 신문사업자들에게도 직접 미칠 것이다. 물론 신문과 방송을 단지 방송산업의 상품 생산자로 규정한 데 따른 정책 결정의 궁극적인 피해는 모름지기 국민이 입게 될 것이다. 방송편성권의 침해와 광고 거래질서의 규범 붕괴는 민주주의 공동체의 혈액인 여론 정보의 생산과 유통체계, 즉 저널리즘으로서의 미디어 지형을 통째로 오염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선정에서 탈락하는 신문사업자들의 보복 위협을 두려워 할 것이 아니라 원칙 없는 사업자 선정방식이 가져올 민주주의 기반의 붕괴를 경계해야 할 것이다. 미디어법 개정안의 입법 목적에 밝힌 대로, 처음 작정한 정신에 충실할 것을 권한다.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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