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중앙지법이 케이블TV의 지상파 방송 3사 채널 재전송을 금지한 판결로 당장 케이블 시청 가구에 KBS2, MBC, SBS 등 세 채널이 끊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 3사의 목적이 재전송 금지보다는 케이블로부터 적절한 대가를 받아내는 데 있기 때문이다. 방송계에서는 그 대가의 크기를 놓고 진행될 지상파와 케이블의 팽팽한 줄다리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그 부담은 어떻든 시청자들에게 떠안길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KBS 수신료 인상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케이블의 지상파 재전송 문제는 새로운 논란거리가 될 전망이다.
방송법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가 KBS1, EBS 두 지상파 채널을 의무적으로 송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나머지 지상파 채널은 tvN, OCN 같은 일반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와 다를 것이 없다. 그 동안 SO들은 관행적으로 KBS2, MBC, SBS 세 채널을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재전송해왔다. 대가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케이블 업계는 “케이블이 지상파의 난시청 문제를 해결해 오히려 지상파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논리를 댔다. 케이블 가입 가구가 전체 TV 시청 가구의 80% 이상(약 1,500만 가구)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IPTV 등 지상파 콘텐츠를 돈을 주고 사 가는 유통 경로가 생겨나고 SO들이 디지털 전송방식으로 전환하면서 속속 수신료를 올려 받자, 케이블의 콘텐츠 공짜 사용에 대한 지상파의 불만이 다시 고조됐다. 한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는 “우리 콘텐츠를 무단으로 쓰면서 자기들의 수익만 챙기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며 “난시청 해소 문제도 그쪽(케이블)에서 신경 쓸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방송 3사가 케이블에 요구하는 대가는 채널 별로 가입 가구 당 월 320원씩인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블 업계가 이를 받아들일 경우, 케이블로 TV를 보는 가구는 한 달에 960원씩 수신료를 더 내야 한다. 방송 3사가 이번 소송을 제기한 지난해 12월 18일 이후 케이블 가입자(40만)에다, 기존 고객 중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한 가입자를 합한 약 300만 가구에만 과금을 한다고 쳐도 매월 30억원에 가까운 돈이다. 방송 3사는 지상파 송신 시설 확충에 필요한 비용을 300억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는데, 단순 계산하면 SO들로부터 1년 콘텐츠 사용료만 제대로 받아도 이를 마련할 수 있는 셈이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이날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케이블TV의 수신보조행위라는 개념을 인정하면서도 지상파 방송 재전송 행위를 동시중계권 침해로 본 법원의 판결은 매우 유감”이라며 “기존 아날로그 가입자와 방송 중단 판결을 받은 디지털 가입자의 분리 송출이 불가능하므로 모든 가입자에 대한 송출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는 격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지상파 송출 중단으로 야기될 시청자 피해를 감안해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내부적으로는 방송3사와 협의를 위한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 비율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방송 3사에 지급할 액수가 갈수록 늘어날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논쟁은 KBS의 수신료 인상 추진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KBS는 현행 2,500원인 수신료를 최고 6,400원으로까지 인상할 것을 추진 중인데, 이럴 경우 케이블을 통해 KBS를 시청하고 있는 대다수 가구는 KBS 수신료 인상에다 케이블 수신료 인상까지 떠안게 된다. 케이블 업계 관계자는 “이번 법원 판결은 KBS의 이중 과금 문제를 부각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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