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3시 중국 베이징(北京)시 한 복판의 국제무역센터(國貿中心) 전시관에서는 삼성전자의 전략 스마트폰‘갤럭시S’의 중국 상륙을 알리는 론칭행사가 열렸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휴대폰시장을 겨냥, 삼성전자는 차이나텔레콤(中國電信)과 차이나모바일(中國移動), 차이나유니콤(中國聯通) 등 중국 3대 통신사업자를 통해‘갤럭시S’를 출시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중국 출시를 계기로 하이엔드 급 브랜드 마케팅을 강화하는 한편 중저가제품의 경우, 부품에서 완제품까지 완결형 현지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10년 혹은 20년 후 디지털화에 따른 제품구조의 변화가 가속화하고 하이테크 기술력과 저단가를 앞세운 중국 부품업체들이 향후 체결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국경을 넘어 우리 산업계로 밀려올 경우 과연 삼성은 기존의 하청 부품업체들과의 수직계열화만을 고집할 수 있을 것인가.
정구현 전 삼성경제연구소장은 “중국 제조업의 급성장으로 앞으로 한중관계는 산업 내 무역의 비중이 더욱 확대돼 수직적 분업에서 수평적 분업의 관계로 전환될 것”이라며“우리기업들은 앞으로 중국기업과의 제휴를 통한 수평적 분업과 차별화 전략을 동시에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앞으로 한중 모든 기업이 동등한 조건에서 거래하는 수평적 구조가 기업간 제휴와 개방적 경쟁이 중요한 최근 경영환경에서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얘기다. 한중FTA는 이 같은 우리의 산업구조 변화를 빠르게 진행시키는 촉매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중 FTA는 현재가 아닌 미래를 기준점으로 삼고 있다.
지난 18년간 한중 경제관계는 수직적 분업 시스템에 기초해 상호보완성이 강했다. 한국이 생산한 부품소재로 중국이 완제품을 조립ㆍ가공했고, 같은 산업 내에서도 한국이 고부가가치상품을 생산하면 중국이 저부가가치상품을 생산하는 일반적 수직 분업구조가 작동했다. 서로 경쟁하는 부분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한중FTA에 따른 우려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러나 한국과의 기술력 격차가 급속히 줄어드는 등 중국의 산업구조가 고도화하면서 한국이 경쟁력을 보여온 제품군에서 한중간 상호 경쟁하는 부분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한중 양국은 이미 2만개가 넘는 한국기업의 중국투자를 매개로 긴밀한 수평적 분업구조의 모양새를 띠기 시작했다. 한국의 주력 산업인 전자와 반도체, 철강,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등은 중국의 미래육성산업이기도 하다. 중국 기업들은 지적 재산권을 갖는 자주 브랜드를 개발ㆍ생산하고 신소재와 생물, 의약, 신 에너지, 신 에너지자동차, 항공ㆍ우주항공, 에너지절약 및 환경보호, 전자정보 등을 전략형 신흥산업이나 고기술산업으로 설정해 집중육성에 나서고 있다. 기존 주력산업에서의 고부가가치화와 신산업의 육성 등은 한국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산업정책과 정면충돌하는 부분이다.
중국에 비해 경쟁력이 약한 노동집약적 산업 등의 분야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질 수밖에 없다. 중국은 한중FTA에서 다른 나라와의 경우 보다 더 실리적인 경제 효과에 초점을 맞추는 협상을 요구할 것이 분명하다. 권혁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협정 체결 및 발효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능동적으로 국내 산업구조를 고도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약세 산업의 경우 양허기간을 10년씩 장기간으로 해 대비 시간을 갖는 것도 한 방안”이라고 제안했다.
최근 중국경제의 부상은 이제 한중 관계가 수평분업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수평분업은 역내 경제규모 확대와 고부가가치 창출 효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여기엔 전제조건이 따른다. 박한진 KOTRA 베이징사무소 부장은“한중간 수평분업을 위해서는 우선 양국이 과잉설비와 특정분야 산업의 공급과잉을 해소하고 글로벌 환경변화에 맞게 성장속도를 조율하는 한편 양국의 신성장동력 산업에서의 협력을 위해 시스템의 조화도 이뤄야 한다”며 “따라서 한중FTA 협상 때에는 10년 후, 20년 후의 경제산업 구도를 미리 그려보고 치밀한 전략으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 전문가 제언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전반적 이해득실을 따져보면 위협보다 기회요인이 더 크다. 중국은 한국에 비해 관세율이 더 높고 기타 비관세장벽도 더 많다. 동등한 FTA가 이루어진다면 수입보다 우리 기업의 수출기회가 더 많아지는 것이다.
관세 및 비관세장벽의 철폐를 넘어 FTA는 심리적 거리감을 줄여준다. 중국은 관계를 매우 중시한다. FTA를 통해 중국에 보다 가까이 다가가면 보다 많은 정보공유 및 인적교류가 이루어질 것이다. 현재 우리 기업들이 가장 목말라하는 것은 중국에 대한 정보이다. 중국에선 정부의 정책변화가 시장이나 산업에 큰 영향을 준다. 중국과의 잦은 접촉을 통해 정책결정이나 표준 및 기준설정에 상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에 앞선 경험이 있다면 중국으로서도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중국도 기초과학이나 첨단기술에서 한국에 앞서 있는 분야가 있다. 무엇보다 향후 표준 및 기준설정에 있어 중국이 세계적 주도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어 중국과의 협력은 절실하다.
경쟁은 늘 존재한다. 한국 기업은 경쟁을 통해 성장해왔고, 경쟁은 발전을 위한 좋은 토양이다. 현재 한중간 경쟁에서 대부분 중국이 더 높은 장벽을 치고 있다. FTA는 이런 것들이 우리에게 더 공정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철 산업연구원 베이징사무소장
■ 중국 전문가들이 보는 한중FTA
중국 사회과학원과 국무원 발전연구중심 등 중국정부의 싱크탱크들은“한중 자유무역협정(FTA)협상이 올해 중 시작되는 것이 적절하며 늦어도 1년 내에 시작하면 2012년 협상을 마무리하고 2015~16년에는 상호 시장을 전면개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 베이징(北京)사무소는 8일 한중FTA 협상과 관련 장윈링(張蘊嶺) 중국 사회과학원 국제연구부주임(전국정협위원ㆍ사진)과 장샤오지(張小濟) 중국 국무원발전연구중심 대외경제연구부장 등 정부 싱크탱크 고위관계자들을 직접 면담해 만든‘중국측의 한중FTA에 대한 시각 보고서’에서 이 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또 “중국 전문가들은 한중FTA협상을 양국간 담판의 성격이 강한 정치적 협상으로 보면서 양국 지도자들의 의지와 정치적 장애요인을 협상의 최대 변수로 꼽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특히 “취약한 한국내 농업부문 등의 반대와 한국의 중화경제권 편입에 대한 우려가 한중FTA 체결에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은 한중FTA체결에 따른 중국측의 이득으로 한국시장에 대한 중국 기업들의 자유로운 접근과 한중간 무역불균형 문제의 자연스러운 해소를 꼽았다. 또 양국간 투자가 촉진될 경우, 중국의 대한국 투자가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반면 한국 측은 중국에서 내국인 대우를 받게 되면 14억 인구의 거대한 중국시장을 얻게 되는 것이라고 이들은 전망했다.
한편 현재 진행중인 한중일 산ㆍ관ㆍ학 연구와 관련, 이들은 “동북아 역내 경제협력 강화를 위해 한중일 FTA가 바람직하다”고 판단하면서도 “실현가능성을 놓고 볼 때 한중FTA를 먼저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데 공감했다. 이와 함께 “일부 무역 및 투자 등에 국한되는 제한적 FTA 보다는 금융 등 서비스와 정부조달시장, 노동력 이동 등을 포함한 포괄적 FTA를 한중간에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이들은 강조했다.
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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