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가 10월 7일 열 다섯 번째 항해에 나선다. ‘붉은 수수밭’ ‘영웅’ 등을 만든 중국의 명감독 장이머우의 신작 ‘산사나무 아래’가 출항을 알리고, 한국(장준환) 일본(유키사다 이사오) 태국(위시트 사사나티엥) 감독이 손잡은 옴니버스 영화 ‘카멜리아’가 15일 귀항을 전한다. 67개국 308편의 영화가 상영되는 이번 영화제는 해운대 야외 상영장과 멀티플렉스 메가박스, CGV, 롯데시네마, 남포동 대영시네마 등 5개 극장 36개관에서 열린다.
중국 문화혁명기 연인들의 애절한 사랑을 그린 개막작이 예고하듯 세계적 감독의 최신작들이 대거 상영된다. 세계 최초로 상영되는 영화만 103편이나 되며, 자국 이외 나라에서 처음 공개되는 영화도 52편에 이른다. 따끈따끈한 신작의 대거 상영은 부산영화제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의 이란 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증명서’가 가장 눈길을 끈다. 여행 중 가짜 부부가 된 남녀의 사연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이 영화로 줄리엣 비노쉬는 올해 칸국제영화제 최우수여배우상을 수상했다. 올리버 스톤이 월가의 탐욕을 질타한 ‘월 스트리트: 머니 네버 슬립스’, 야쿠자 조직의 권력 다툼을 다룬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하극상’, 우위썬 감독의 무술영화 ‘검우강호’ 등이 상영작 목록에 올라있다.
한국영화계 기대작들도 대거 부산의 스크린에 명멸한다. 고 이만희 감독의 동명 영화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김태용 감독의 ‘만추’, 팔러 나온 소와 여행을 떠나는 시인의 이야기를 그린 임순례 감독의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독립영화계에서 주목받는 김곡 김선 형제 감독의 ‘방독피’ 등도 영사기에 오른다.
한국영화 회고전 ‘그녀가 허락한 모든 것: 스타, 배우 그리고 김지미’를 통해 영화계의 살아있는 전설 김지미의 옛 모습도 만날 수 있다. ‘길소뜸’ ‘티켓’(이상 감독 임권택), ‘토지’(감독 김수용), ‘을화’(감독 변장호), ‘육체의 약속’(감독 김기영) 등 8편이 상영된다.
아시아 저명 감독들의 신작들도 상영된다. ‘쉘 위 댄스?’를 연출한 수오 마사유키 감독의 ‘댄싱 채플린’, ‘자살 클럽’으로 유명한 소노 시온 감독의 ‘차가운 열대어’, 중국의 스티븐 스필버그라 불리는 펑샤오강 감독의 ‘대지진’, 일본 영화계의 이단아 미이케 다카시의 ‘13인의 자객’ 등이 부산을 찾는다.
김동호 집행위원장은 “올해 영화제는 새로운 15년을 위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해”라며 “유명 감독의 영화들뿐 아니라 아시아 신인 감독의 영화를 대거 발굴하는 영화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 진객들도 부산을 방문한다. 장이머우와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줄리엣 비노쉬, 올리버 스톤 등이 방한한다. 1990년대 ‘연인’과 ‘컬러 오브 나이트’로 얼굴을 알린 영국 배우 제인 마치, ‘색, 계’의 스타 탕웨이, 스페인의 거장 카를로스 사우라, 일본의 청춘 스타 아오이 유 등도 부산을 찾는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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