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사찰을 지시한 ‘윗선’ 규명에는 결국 실패한 채 수사 착수 65일 만에 마무리됐다. 지난달 11일 중간수사 결과 발표 후 추가 수사를 통해 지원관실의 조직적 증거인멸 행위를 일정 정도 밝혀냈으나, 수사가 개시된 다음에 이러한 일이 자행된 것으로 드러나 “늑장 압수수색으로 부실 수사를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오정돈 부장검사)은 8일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업무용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빼돌려 불법 사찰 증거를 훼손한 혐의(증거인멸)로 진경락 전 기획총괄과장을 구속기소하고, 총괄과 전 직원 장모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김종익(56) 전 KB한마음(현 NS 한마음) 대표의 사찰과 관련한 내부 결재서류 등을 은닉한 혐의(공용서류 은닉 등)로 점검1팀 전 직원 권모씨도 함께 불구속 기소하고, 이날 수사팀을 공식적으로 해체했다.
검찰에 따르면 진 전 과장과 장씨는 7월 5일과 7일, 두 차례에 걸쳐 지원관실 점검1팀과 기획총괄과 사무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7개에 담긴 사찰 관련 자료를 삭제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7일 오후에는 하드디스크 4개를 빼내 경기 수원시에 있는 한 IT업체에 맡겨 ‘디가우저’라는 장치를 이용, 아예 부팅이 불가능할 정도로 훼손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진 전 과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장씨는 진 전 과장의 지시에 따라 증거를 인멸했다고 자백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에 대해 대질신문을 벌였는지에 대해 검찰은 “필요한 방법은 다 활용했다”고만 밝혔을 뿐, 즉답은 피했다. 검찰은 하드디스크 반출을 도운 총괄과 직원 2명도 파악했으나, 가담 정도가 경미하다고 판단해 총리실에 ‘비위 통보’ 조치만 취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검찰은 불법 사찰이나 증거인멸 등을 지시한 ‘윗선’ 의혹에 대해선 전혀 확인하지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형사법적으로는 의혹만이 아니라 ‘증거’가 필요하다”며 “가능한 모든 수사방법을 총동원했지만, 관련자들이 함구하는 데다 특별한 물증도 더 이상 찾아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총리실의 수사 의뢰(7월5일)와 검찰의 총리실 압수수색(7월9일) 사이인 7일 오후, 지원관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가 무단 반출됐다는 점은 검찰에는 치명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수사가 착수된 시점에서, ‘벌건 대낮에’ 총리실 직원들의 묵인 또는 방조 속에 핵심 물증이 빼돌려진 것이기 때문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총리실이 수사의뢰하면서 동시에 컴퓨터를 제출하거나 자체적으로 보존을 했어야 했고, 검찰도 수사 착수 직후 압수수색을 했어야 했는데 증거인멸의 시간과 기회만 준 셈”이라고 꼬집었다.
검찰은 앞서 지난달 11일 중간수사결과 발표와 함께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과 김충곤 전 점검1팀장 등 3명을, 지난달 30일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 부부 사찰 실무자인 김모 경위를 기소했다. 이로써 이번 수사로 사법처리된 이들은 모두 7명이 됐다. 검찰은 조홍희 서울국세청장의 뇌물 수수 의혹 사건 등 이번 사건과 연관된 고소ㆍ고발 사건은 향후 형사1부(부장 신유철)를 중심으로 계속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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