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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깊은 황영조 감독 "기록이냐 더위 체질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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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깊은 황영조 감독 "기록이냐 더위 체질이냐"

입력
2010.09.08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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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녀 마라톤을 책임지고 있는 황영조(40)감독이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

오는 11월 중국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파견할 선수 선발 기준을 놓고 일부 마라톤 기술위원들과 의견충돌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황감독은 지난해 말 ‘폭탄선언’을 했다. 전례가 없던 마라톤팀 합동훈련 실시와 평면적인 기록만 가지고 대표를 뽑지 않겠다는 내용이었다. 그 동안 마라톤 대표선발의 절대 기준은 기록순이었다. 하지만 한국마라톤은 2009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에서 처참한 몰락을 경험했다. 출전선수 4명중 한 명은 중도 기권했고 나머지는 각각 46위, 65위, 69위에 머물렀다. 이후 마라톤 기술위원장을 맡은 황감독은 “합동훈련과 스포츠 과학을 통해 선수들의 컨디션을 지켜본 뒤 대표를 뽑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특히 광저우처럼 30도를 넘나드는 무더운 환경에는 더위에 강한 선수를 내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감독은 “시원한 날씨에선 누구나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다. 하지만 더위 앞에서는 사정이 달라진다”며 “더위에 강한 선수를 훈련을 통해 골라내야 한다”고 말했다. 황감독은 이를 위해 각 소속팀에서 선수를 차출해 지난 겨울과 올 여름 각각 한달 여간 합동훈련을 실시했다.

이 같은 합동훈련의 마침표로 황감독은 8월29일과 이달 5일 대구세계육상선수권 마라톤 코스에서 폭염속 레이스를 지켜봤다. 말하자면 내년 세계선수권 예행연습을 실시한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내로라 하는 간판선수들도 중도 기권하면서 더위에 ‘녹아’버렸기 때문이다. 옛날 기록만을 믿고 부상 등을 핑계로 아예 훈련에 불참한 선수도 있었다. 황감독은 “이렇게 정신력이 약한 선수들을 국가대표로 내보내면 국가망신 아니냐”며 “우리선수들이 국제대회 메달사냥은 커녕 스타트라인에 서는 것만으로 만족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실업팀에선 여전히 기록만을 놓고 소속선수들을 뽑아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황감독은 그러나 “훈련도중 풀코스 한번 뛰지 않는 선수에게 태극마크를 달아주면 누가 인정해주겠느냐”며 먼저 자신부터 되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한육상경기연맹은 9일 마라톤기술위원회를 열어 아시안게임 대표선수와 코치진을 확정할 예정이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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