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호’가 이란을 상대로 고배를 들었다. 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친선 경기에서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은 이란에 0-1로 졌다. 이번 패배를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 우승을 위한 ‘예방접종’으로 삼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이란전 패인은 ▲골 결정력 부재 ▲거친 압박에 대한 대응력 부족▲집중력 결여로 요약할 수 있다.
조 감독은 이란전 패배 후 기자회견에서 “그라운드 사정이 좋지 않아 패스 플레이를 원활하게 할 수 없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패스 플레이를 세밀하게 다듬는 방법 만이 상대를 무너뜨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자신의 축구 철학을 견지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아시아 정상 등극을 위해서는 패스 게임을 고민하는 것보다 결정력을 강화할 방안을 찾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정교한 패스로 제 아무리 좋은 찬스를 만든다고 해도 상대 골문 안으로 공을 넣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결정력 부재를 해결하기 위해 세트 피스 전술을 집중적으로 다듬었던 허정무 전 대표팀 감독의 예는 ‘조광래호’에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전술의 효율성 측면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대표팀 비디오 분석관과 코치를 역임한 압신 고트비 이란 감독은 경기 후 “한국은 포지션을 자주 바꿨고 선수들이 필요 이상으로 많이 움직이며 에너지를 낭비했다”고 ‘비효율성’을 지적했다. 실제로 이란전에서 선수들의 위치가 중복되거나 포지션 스위치 후 제 자리로 돌아오지 못해 상대에게 공간을 내주는 장면이 여러 차례 연출됐다.
이란의 거친 플레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점도 짚어봐야 한다. 이란은 미드필드부터 강한 압박을 가했고 거친 파울로 한국의 스피드를 떨어뜨리고 흐름을 끊었다. 그러나 한국은 여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막혔을 때는 돌아갈 줄도 알아야 하는 법이다.
열악한 그라운드 사정과 이란의 거친 파울은 선수들의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요소였다. 그러나 원정팀인 이란은 승부와 직결되는 실책을 저지르지 않았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했다. 이란보다 더 좋은 득점 찬스를 잡았지만 골로 연결하지 못했고 치명적인 패스 실수로 골을 헌납했다. 반복되는 파울과 이란의 지연작전에 베테랑 이영표(알힐랄),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상대를 거칠게 밀치는 등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팀의 기둥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 팀 전체가 흔들린다.
아시안컵은 카타르에서 열린다. 중동 선수들은 교묘한 파울, 중동 심판은 편파 판정으로 악명이 높다. 악조건에도 흔들림 없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는 강한 정신력을 갖춰야 51년 만의 아시아 정상 등극 목표를 이룰 수 있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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