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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도 고온·습도 90% 속 악전고투 칠레 광부들/ 갱도 뚫는 드릴 소리가 유일한 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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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도 고온·습도 90% 속 악전고투 칠레 광부들/ 갱도 뚫는 드릴 소리가 유일한 위안

입력
2010.09.08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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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부처럼 귀가 정확한 사람들이 없죠. 드릴 소리가 가까워졌다는 낌새를 기가 막히게 알아챘어요.” 지난달 5일 칠레 북부 아타카마 사막의 산 호세 광산 붕괴 사고로 지상으로부터 700㎙ 깊이 갱도에 갇힌 채 구조될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광부 33명이 7일(현지시간)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굴착 장비 기계음을 듣고 크게 기뻐하고 있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구조팀원들은 이날 현재 지상으로부터 100㎙가량 뚫고 내려온 굴착 드릴 소리가 천국의 메시지라도 되는 듯, 광부들이 환호를 지르고 있다고 전했다. 한 구조대원은 AFP통신에 “살리기 위해 무언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직접 귀로 확인할 수 있어 기쁨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620여㎙ 깊이의 통로를 뚫는 굴착작업, 일명 ‘플랜B’가 5일부터 진행되면서 광부들이 심적인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이들은 7일 구조대가 내려보낸 CCTV로 칠레와 우루과이의 친선 축구를 시청하고, 광케이블을 통해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며 삶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희망의 크기가 커지는 만큼 이들이 처한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외신은 광부들이 그야말로 지옥 같은 현실과 싸우고 있다며 갱도 내의 사정을 소개했다. 8일 AP통신은 이들이 머물고 있는 곳의 실내 온도가 평균 30도를 웃돌고 있으며 습도는 90%에 육박해 건강이 크게 상할 위기에 처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대부분의 광부는 사고 당시 입은 찰과상, 피부병, 무좀균에 시달리고 있으며, 고온 다습한 환경 탓으로 상처가 덧나고 곪아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AP는 “일반적인 상황에선 별 문제 없는 상처지만 고온의 환경에선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며 “비디오를 보면 모두 웃옷을 벗은 채 땀을 뻘뻘 흘리고 있다”고 전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매몰자 중 당뇨환자에게 합병증이 발발하는 상황이다. 연결관을 통해 인슐린을 공급받고 있는 당뇨환자는 현재 1명. 전문가들은 고온의 환경에서 6주 이상 지내는 동안 당뇨환자에게 각종 합병증이 발생했으리라고 우려한다. 의료진은 최소 2~3달 이전에 광부들이 구조되기 어려운 만큼, 항생제와 피부연고를 충분히 공급해 자체 치료를 유도하고 있으며 구조대는 갱도 기온을 낮추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한편 AFP통신은 8일 오전 사고 현장에 세번째 구멍을 뚫기 위한 시추 장비들이 동원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플랜C로 불리는 이 작업에는 원유시추용 드릴이 쓰여 11월이면 피신 갱도에 닿을 수 있지만, 낙석과 갱도 붕괴 위험도 그만큼 커 제2의 사고가 우려된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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