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이 히스패닉과 아시아계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미국 시장의 주류 소비층인 백인들의 인구비중이 점차 줄어드는 가운데 경제위기 이후 구매력도 약해진 반면 히스패닉, 흑인, 아시아계 젊은 소비자들의 구매력은 급신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브루킹스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미국인구 증가의 83%는 소수인종들이 기여했다. 동시에 이들의 구매력도 빠르게 늘어 현재 2조달러를 넘어서며 미국 내 ‘신흥 소비세력’으로 자리잡았다.
조지아대학교 셀릭센터는 2008년 기준으로 히스패닉계의 구매력은 9,510억달러, 흑인이 9,130억달러, 아시아계는 2,690억달러에 달했다고 발표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8일 보도했다. 이들의 구매력은 2000년에 비해 1조달러가 급증한 것이고 2013년에는 2008년보다 1조달러 더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 내 히스패닉 소비시장의 규모는 이미 한국이나 스페인을 능가할 정도다. 물론 평균 구매력은 여전히 주류 백인에 비해 크게 뒤지지만 소수인종 소비자들은 주로 젊은층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측면에서 더 매력적인 시장이다. 현재 미국 내 18세 이하 인구의 44%가 소수인종이다.
스포츠전문채널 ESPN이 축구를 좋아하는 히스패닉 시청자를 의식해 올해 월드컵축구 중계를 크게 늘리거나,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이나 버드라이트 맥주가 히스패닉 입맛에 맞는 상품을 출시하는 등 이미 소수인종 소비자들은 미국 시장의 소비패턴을 좌우하는 세력으로 성장했다. 급기야 맥도널드 같은 패스트푸드 체인서부터 도요타 자동차까지 대부분 미국기업들은 소수인종을 겨냥한 별도의 마케팅에 막대한 예산을 책정했다. 통신사 AT&T, 코카콜라, 가정용품사 P&G 등은 80여개 히스패닉계 전문 마케팅대행사를 고용했다. 미 광고업계 관계자는 “이미 패션이나 식음료 음악 등의 분야에서는 히스패닉의 감각에 어필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FT에 말했다.
현재 미국 광고 마케팅 업계에서는 어떻게 하면 신흥 소비세력인 소수인종 젊은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자국의 전통문화를 고수하는 이전 세대와 달리 신흥 소비층은 미국문화의 세례 속에 성장해 고유의 융합문화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어 인터넷포털 ‘테라 라틴아메리카’를 운영하는 페르난도 마데이라 사장은 “매년 구매력이 상승하는 5,000만명의 시장을 상상해보라”며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면 정말 굉장한 결실을 맺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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