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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플레이어] 9시즌 맞는 김주성…그가 보는 프로농구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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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플레이어] 9시즌 맞는 김주성…그가 보는 프로농구의 현주소

입력
2010.09.08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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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팀에서도 세 번째, 국가대표팀에서도 세 번째 형이 됐다. 프로농구 원주 동부의 김주성(31)은 이제 어딜 가나 ‘고참’ 대접을 받는다. 2002~03시즌 프로에 뛰어들어 벌써 9시즌째를 바라보고 있고, 대표팀에 처음 뽑힌 때가 12년 전인 중앙대 신입생 시절이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더욱이 신인왕으로 시작해 우수수비상, 최우수선수(MVP) 3관왕(정규시즌, 올스타전, 챔피언결정전) 등 상이란 상은 죄다 휩쓸었던 김주성이다. 4,5일 소속팀 전지훈련이 한창인 일본 도쿄의 신주쿠에서 만난 김주성은 “밑에 있을 때가 마음 편했다”면서 웃었다.

“농구선수 안 했으면 사기도 많이 당하고 얻어맞고 다녔을 것”이라는 ‘순둥이’는 어느새 살림꾼이 다됐다. 숙소에 있으면 이 방 저 방 들락거리느라 코트에서보다 더 바쁘다. “프로화로 인해 선수간 단절이 심해졌어요. 서로에게 관심도 없이 방에만 틀어박히는 모습이 너무 싫더라고요.” 친목 도모의 단골 이벤트는 축구 비디오 게임인 ‘위닝 일레븐’. “축구와 농구는 둘 다 공간 찾기가 중요해요. 게임하는 동안 서로 얘기도 많이 할 수 있고, 경기에 필요한 시야도 넓힐 수 있죠.”

그런 김주성은 요즘 스트레스 탓에 머리카락이 빠질 지경이다. “농구 인기가 많이 죽었잖아요. 회복하려면 아시안게임에서 꼭 메달을 따야 해요. 물론 자신은 있는데 말처럼 쉬운 것도 아니고…. 즐기고 싶은데 성격이 그렇지 못해요.”

나는 스타 플레이어가 아니다

농구 코트에 스타가 사라졌다고들 한다. 이충희, 허재 등 ‘도사(道士)’들이 주름잡던 농구대잔치 시절을 떠올리면 확실히 그렇다. 김주성은 그런 프로농구에서 대표적인 스타 플레이어로 꼽힌다.

그러나 김주성은 “나 같은 선수가 스타라는 건 안타까운 현실의 반영”이라고 했다. “길가다 보면 얼굴은 알아보는데 제 이름까지 확실히 아는 분들은 드물어요. (이)상민이형, (현)주엽이형이 아직도 뛰고 있는 줄 아세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김주성은 “그래서 11월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성적을 내는 게 중요하다.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 팬들의 관심을 되돌려야 한다”고 했다. 한국농구는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정점을 찍은 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5위, 지난해 아시아선수권대회(톈진) 7위로 내리막길에 있다.

“후배들의 설 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메달이 필요하다”는 김주성은 “실력도 좋고 얼굴도 잘생겨 스타 자질을 갖춘 후배들이 대표팀에 진짜 많다”고 강조했다. “대표팀에 있으면서 ‘우리나라에 농구 잘하는 친구들이 진짜 많구나’라고 느꼈어요. 아시안게임 때 꼭 한번 보세요.”

은퇴 후? 나는 언제까지나 농구인

은퇴는 이르지만, 은퇴 이후의 삶을 조금씩 고민해 볼 나이는 됐다. 혹시 전혀 다른 인생을 계획하고 있지는 않을까. 김주성은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소속팀에서는 강동희 감독님과 훌륭한 코치님들을 모시고 있고, 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잖아요. 감독, 코치님들의 지도 스타일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어요.” 현역 은퇴 후에도 코치로, 나아가 감독으로 코트를 지키겠다는 얘기다.

흔들리지 않는 미래 계획을 세워놨기 때문일까. 김주성은 자기관리의 모범 답안으로도 유명하다. 숙소에 혼자 있을 땐 아이패드로 드라마를 즐겨보는데 폭력성 짙은 드라마에는 눈도 안 돌린다. “우리나라 드라마는 ‘동이’도 보고, ‘자이언트’도 즐겨봐요. 미국 드라마는 ‘스몰빌’도 보고, ‘가십걸’도 재밌고요. 근데 ‘스파르타쿠스’는 못 보겠더라고요. 어떤 걸 보느냐에 따라 성격이 바뀐다고도 하잖아요.”

김주성의 소지품은 전부 같은 브랜드다. 8개월 된 딸 서윤이의 사진으로 ‘도배’돼 죄다 ‘서윤이표’다. “2주에 한번 꼴밖에 딸을 못 본다”는 김주성은 “볼 때마다 부쩍 커 있다”며 배시시 웃었다. 작명소에서 받아 등록한 이름은 ‘희서’지만, 집에서는 ‘서윤’으로 부른다고. 아내 박지선(30)씨가 출산 전부터 ‘찜’했던 이름이다.

4번째 챔피언 반지와 8년 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위해 김주성은 오늘도 농구화 끈을 고쳐 맨다. 그의 넓은 양 어깨에는 고참과 가장이라는, 무겁지만 뿌듯한 책임감이 자리잡고 있다.

도쿄=양준호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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