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바야흐로 스타들의 전성시대다. 대중가요계의 아이돌 스타가 있는가 하면 스포츠계에도 스타 플레이어들이 즐비하다. 대부분의 팬들은 스타들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이고 근황에 대한 정보에 목말라 있다.
하지만 팬들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박주영(AS모나코) 등 일부 스타 플레이어들의 행태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그들은 기다리고 있는 취재진을 피해 인천공항 입국장 게이트를 바꿔 나오기도 하고, 파주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 소집될 때는 옆문이나 뒷문을 통해 슬그머니 들어가고 만다. 죄를 지은 사람들도 아닌 데 하는 행태는 한심할 지경이다.
그렇다고 언론을 기피하는 선수들이 인터뷰 노하우가 뛰어난 것도 아니다. 대부분 틀에 박힌 멘트를 쏟아낸다. 오죽했으면 개그 프로그램에서 패러디 하는 개그맨까지 등장했을까. 한 선수는 앞으로 대표팀 공식 인터뷰 외에는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고 한다.
스타 플레이어들의 인터뷰 기피증은 경기에 패했을 때 극에 달한다. 국가대항전이나 중요한 경기에서 패하고 락커룸으로 돌아올 때 믹스트존에서 기다리고 있는 취재진을 '소 닭 보듯'하는 것은 예사이고 침통한 표정으로 도망치듯 들어가 버리고 만다. 한 마디라도 현장 이야기를 듣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들은 허탈감을 넘어 배신감마저 느끼게 될 때도 있다.
최근 세계기록인 9경기 연속 홈런을 때려낸 프로야구 롯데의 이대호도 예외는 아니다. 한달 전인가 구단 담당기자가 인터뷰를 하기 위해 부산까지 내려갔지만 "인터뷰를 하면 성적이 떨어질까봐 못하겠다"는 새가슴 같은 대답을 듣고 무안을 당한 적이 있다. 사전에 구단 홍보팀의 양해를 얻고 먼 길을 내려갔음은 물론이다. 그는 지금도 인터뷰를 사절하고 있다.
그들은 운동 선수가 경기만 잘하면 되지 않느냐고 항변할지도 모르겠다. 일견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아마추어 종목 선수도 아니고 수 억원에서 수 십억원의 연봉을 받는 태극마크를 단 국가대표다. 그들은 프로 선수로 구단을 위해 자신이 갖고 있는 상품성을 마케팅하는 능력도 보여줘야 한다. 단지 그들의 기량만을 위해 고액의 연봉을 주는 것이 아니다. 구단의 이미지 제고에도 노력해야 하고, 태극마크를 단 선수라면 자라나는 후배들을 위해 꿈을 심어줄 의무도 있다.
반면 인터뷰를 통해 화제를 모은 감독도 있다. 프로농구 삼성 안준호 감독이 대표적이다. 안 감독은 평소 어눌한 말투로 인터뷰 때 애로사항이 많았는데 구단에서 스피치 강사를 붙여주고 본인 스스로 책을 읽는 등 노력한 결과 인터뷰가 기다려지는 감독이 됐다. 안 감독은 3년 여전부터 경기 직후 인터뷰 때 팀이 처한 상황에 걸맞은 사자성어를 들고 나와 설명을 곁들여 팬들과 기자들을 즐겁게 했다. 국내 지도자로서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뤄낸 뒤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을 맡은 허정무 감독도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부터 사자성어로 화두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3일 부산과의 K리그 복귀전을 앞둔 그는 '마부작침(磨斧作針ㆍ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이라는 사자성어를 빌어 2년 11개월 만에 K리그 그라운드에 복귀하는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다. 경기를 즐겁게 하면 좋은 성적이 따르듯 스타 플레이어라면 마지못해 인터뷰에 응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임하는 자세야 말로 팬들이 기대하는 바일 것이다.
여동은 스포츠부장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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