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자부심을 높여주기 위한 자리라 해도 이기수 고려대 총장의 발언은 경솔했다. 총장 자신의 뜻으로 개설한 '고려대학(學)'은 사학의 명문, 민족대학을 자처하는 학교로서 필요한 강의일 것이다. 재학생들에게 전통과 역사, 자부심과 긍지를 심어주려는 노력을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
문제는 학문으로서의 객관적이고 냉철한 분석과 평가를 잃을 경우에 나타날 배타적 우월의식, 집단 이기주의와 파벌주의, 독선이다. 유감스럽게도 그런 우려를 하게 만드는 발언이 다른 사람 아닌 총장 자신의 입에서 나왔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국민이 세운 민립대학" "건학 이념이 교육구국인데 시대마다 (역할을) 충실하게 해왔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는 이미 대한민국 제1대학"이라는 고려대 예찬론은 그래도 들어줄 만했다.
그러나 자기 학교 자랑, 우월성 과시를 위해 다른 대학들을 폄하한 것은 사려와 분별이 모자랐다. 국립대학(서울대)은 일본이 침략을 위한 방편으로 만든 관립대학이고, 연세대와 이화여대는 기독교 전파의 수단으로 만든 대학이라는 주장은 한마디로 고려대 빼고는 떳떳한 뿌리, 올바른 목표를 가진 대학이 우리나라에는 없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그는 어제 "기독교 전파의 수단으로 만든 대학"이라고 말한 연세대로부터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 날의 발언에 대해서는 각 학교의 연원을 말한 것뿐이라고 해명했지만, 다른 대학에서 이를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자신의 약점에 눈 감은 채 하나의 시각으로 상대를 재단하고 폄하하는 것은 학자로서나 명문사학을 이끌어가는 총장으로서 품위 있는 모습은 아니다. 그의 말대로 고려대가'대한민국 제1대학'이라면 편협한 시각이나 시기심, 맹목적 자기 사랑보다는 1등 대학의 총장다운 큰 마음을 가져야 하고 언행에 신중해야 한다. 그래야 학생들도 패거리 문화나 잘못된 우월주의가 아닌 고려대학(學)에서 올바른 학교 정신을 배울 것이다. 내 것만 최고라고 생각하고, 남을 낮추려 하는 자세는 옳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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