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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 나라 신라, 베일 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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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 나라 신라, 베일 벗다

입력
2010.09.07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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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고분 가운데 가장 큰 황남대총에서 출토된 유물이 발굴 36년 만에 대규모로 전시된다. 경북 경주시 대릉원에 있는 황남대총은 남북 길이 120m, 동서 지름 80m에 달하는 쌍분(雙墳)으로 높이는 남쪽 봉분이 21.9m, 북쪽 봉분이 22.6m에 달한다. 찬란한 황금 유물로 미뤄 남분은 신라의 왕인 마립간, 북분은 그 부인의 무덤으로 보는데 이견이 없다.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은 1973년부터 2년 간 발굴된 5만8,441점의 황남대총 유물 가운데 1,268점을 엄선해 선보이는 ‘황금의 나라, 신라의 왕릉 황남대총’ 특별전을 7일 상설전시관 1층 특별전시실에서 시작, 10월 31일까지 갖는다. 최광식 관장은 “황남대총은 쌍분으로 가장 규모가 크고 유물이 많아 고구려의 태왕릉이나 일본의 고분시대 천황릉의 축조 시기를 정하는 데 기준이 될 정도로 동북아시아 고고학에서 중요하다”며 “신라의 왕릉 하나만을 주제로 한 대규모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특별전시실은 돌무지덧널무덤(적석목곽분)인 무덤의 내부 구조를 재현해 황남대총의 규모를 실감케 한다. 무덤에서 발견된 나무기둥과 구멍을 기초로 목조구조물을 실물의 95% 크기로 제작하고 그 안에 무덤의 주인공이 안치된 목곽(木槨)과 부장품을 묻은 부곽(副槨)을 설치했다. 남북 20m, 동서 24m에 달하는 이 목조구조물은 돌무지를 쌓기 위해 필요한 시설이라는 견해가 우세하지만, 최근에는 무덤을 조성하기 전에 시신을 안치해두는 빈전(殯殿)이라는 견해가 나오기도 했다.

전시된 유물은 금관을 비롯해 금귀걸이와 허리띠 등 각종 황금 장신구, 귀금속 그릇, 서아시아에서 실크로드를 경유해 온 유리그릇 등 신라 황금문화의 진수를 보여주는 것들이다. 신라에 황금유물이 대거 등장한 것은 4세기. 이 시기는 신라 역사에서 왕에 해당하는 마립간이 등장하는 때다. 막강한 권력을 지닌 왕의 지위에 맞는 상징으로 황금이 쓰였을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마립간의 무덤인 남분과 부인의 무덤인 북분은 유물에 차이가 있다. 남분에서는 환두대도 등 각종 철제 무기류가 많이 쏟아져 나온 데 비해, 북분에서는 황금으로 된 유물이 많았다. 또 남분에서는 60대 남자의 유골이 나왔고, 북분에서는 ‘부인대(夫人帶)’라는 명문이 새겨진 유물이 나와 주인공이 여성임이 확인되기도 했다.

무덤의 주인공인 마립간이 누구인가 하는 의문은 아직 풀리지 않았다. 시기로 미뤄 내물(재위 356~402년), 눌지(재위 417~458년) 마립간 중 한 명일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했으나 최근 실성(재위 402~417년) 마립간일 수도 있다는 견해가 대두됐다.

전시장 안쪽에는 남분과 북분에서 출토된 금관, 허리띠 등을 나란히 전시해놓고 있다. 그런데 마립간의 관은 금동관인데 비해, 부인의 것은 금관이다. 모양도 부인의 관이 더 화려하다. 남분은 5세기 초중반, 북분은 5세기 중후반 사이에 만들어져 20년 정도의 차이가 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마립간이 부인보다 지위가 높은데 왜 관은 부인의 것이 더 좋은 것일까, 이것도 풀리지 않은 의문이다.

철제 유물도 상당히 많다. 황남대총 남분에서 나온 철기류는 김해 대성동 고분 전체에서 나온 것보다 많아 신라가 가야보다 철이 더 풍부했음을 보여준다. 또 중국 남조의 도자기, 지중해 연안의 유리그릇, 일본에서 온 고둥 껍데기와 경옥(硬玉) 등은 당시 국제교류가 활발했음을 알려준다.

전시장 내에는 황남대총의 내부 구조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3D 홀로그램 영상물도 마련돼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는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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