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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해빙 무드/ 쌀 보따리 어떻게 열까… 주체·규모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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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해빙 무드/ 쌀 보따리 어떻게 열까… 주체·규모 고심

입력
2010.09.07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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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막혔던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 조짐이 완연하다. 이명박정부가 금기시하다시피 한 대북 쌀 지원 문제에 대해 유화적 흐름으로 돌아서면서부터다.

북측은 4일 적십자 채널을 통해 정부가 제안한 100억원 규모의 수해 지원 계획에 대해 수용 의사를 밝혔다. 다만 지원 품목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기왕 도와주려면 긴급 구호 성격의 비상식량, 생활용품, 의약품보다는 쌀과 시멘트, 굴삭기 등 수해 복구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물자를 달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북측은 이틀 뒤인 6일 대승호 송환 방침을 전격 발표했다. '성의 표시까지 했으니 남측 정부도 북측의 요구 사항을 수용했으면 좋겠다'는 간접적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먼저 손을 내민 쪽은 남측이었으나 북측이 적극 호응하면서 다시 선택은 우리 정부의 몫으로 넘어왔다. 정부는 북의 쌀 지원 요청에 대해 긍정 검토 입장을 밝혔으나 지원 주체와 규모 등 수위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과거 북한이 홍수 피해로 어려움을 겪을 때 시멘트나 중장비를 지원한 전례는 있다. 정부는 2006년 쌀 10만톤을 포함해 트럭 100대, 굴삭기 50대, 시멘트 10만톤 등을 북측에 제공했다. 2007년에는 쌀이 빠졌지만 549억원 어치의 수해 복구 자재ㆍ장비가 평양과 황해북도 지역 등으로 들어갔다.

대북 쌀 지원 문제를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이 한층 부드러워진 것은 분명하다. 최근 야권과 시민단체, 종교계는 물론 여권 일각에서도 "남북대화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쌀 지원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제기됐다. 이날 "대한적십자사의 대북 지원은 일보전진"(이명박 대통령) "북측 수정 제의를 긍정적으로 검토"(정부 고위관계자) 등의 언급도 현정부 들어 전면 중단된 정부 차원의 쌀 지원이 재개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를 낳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민간 차원의 지원'과 '긴급 구호 및 인도주의 성격'이라는 두 가지 원칙을 견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수해 지원이 이뤄지더라도 주체는 정부가 아닌 대한적십자사가 돼야 하며 북측이 요구한 쌀, 중장비 등을 지원 품목에 포함시킬지 여부를 인도주의 원칙의 범위 내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고민은 쌀이 갖는 '전략적 도구'로서의 효용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홍익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천안함 사태 이후 석 달이 지나도록 정부가 천명해 온 대북 강경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 않다"며 "정부 입장에선 쌀 지원을 비핵화나 천안함 사태에 대한 북한의 가시적 조치와 연계하는 최후의 카드로 남겨놓고 싶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북한이 역제의를 해온 만큼 '수해 지원 품목을 협의할 남북 적십자회담 개최→정부 차원의 대북 쌀 지원 재개→남북 당국간 대화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도를 점치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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