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로 말러 교향곡 전곡을 연주한 기록을 가진 부천필이 이번에는 질적으로 고양될 계기예요.” 행사의 프로그램 구성을 총괄한 고우씨의 자부다. 1999~2003년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로 관심을 끌었던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음악감독 임헌정ㆍ이신우)가 ‘페스티벌 아첸토’로 다시 날개를 편다.
서울대 음대의 현대음악 연주단체인 스튜디오2010과 손을 맞잡고 여는 이번 행사에는 ‘2010 디베르티멘토?’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실내악과 오케스트라 2가지로 나눠 현대음악의 즐거움과 진지함을 동시에 선사할 자리다.
이 무대는 모차르트나 하이든이 귀족이나 신흥 부르주아의 여흥을 위해 썼던 디베르티멘토(희유곡ㆍ戱遊曲)가 과연 우리 시대에도 유효한가 하는 질문을 삐딱하게 던진다. 지휘자의 일방적 지시가 못마땅한 단원들이 연주 도중 갑자기 일어나서 이동하거나,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서 무대는 뒤집히기 시작한다. 바이올린 주자가 첼로 연주 제스처를 취하는 등 ‘반란’의 내용은 독일 작곡가 마우리치오 카겔의 2006년작 ‘디베르티멘토?’의 악보에 충실하다. 코믹하면서도 부조리한 상황의 무대를 즐기며 객석은 어느새 현대음악의 미학적 메시지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첫 순서인 실내악 무대에서는 김정길의 1979년작 ‘8주자를 위한 추초문’을 비롯, 박현상의 2009년작 ‘챔버 앙상블을 위한 음악’ 등 국내 작곡가들의 대표작도 연주된다. 레베카사운더스의 1996년작 ‘Into The Blues’ 등 최근 발표된 현대음악의 주요 작품을 감상할 기회이기도 하다. 11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032)625-8330
이어지는 무대 ‘관현악 연주회’에서는 알반 베르크의 현대 오페라 ‘룰루’를 작자가 관현악곡으로 편곡해 둔 또 다른 버전이 특이하다. 고우씨는 “5악장으로 정리된 룰루는 미완성으로 남겨진 오페라의 대미를 장식한다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17일 오후 8시 부천시민회관 대강당.
부천필의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인 임헌정씨는 2006년부터 단독으로 행사를 치러오다 이번에 서울대 음대와 손을 잡았다. 그는 “특수 악기, 악보 확보 등의 문제로 현대음악을 실제 무대화하는 작업은 예산 문제가 늘 관건”이라며 “전혀 새로운 작품이라 연습 때면 절절 매지만, 창작품에 애정을 갖고 예술의 길을 걸으려 하는 단원들이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1984년 쇤베르크의 ‘정화된 밤’을 한국 초연할 때나 지금이나, 현대음악의 위상은 답보 상태”라며 “낯익은 레퍼토리를 울궈먹으며 대중의 관심만 좇는 음악인들의 책임이 크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장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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