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학자금 대출한도 제한대학 명단을 공개함으로써 사실상의 대학 구조조정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부실대학 퇴출방침은 교육부가 2년 전 야심 차게 밝힌 바 있으나 이후 대학들의 반발에 밀려 지지부진한 터였다. 지난해에는 8개 사립대에 대해 '경영부실' 판정을 내리고도 명단은 공개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당초 대상대학의 규모를 50개로 잡았다가 발표날짜를 연기하는 등 진통 끝에 30개로 줄여 간신히 발표했다. 이 정도라도 대학 구조조정의 첫 발을 뗀 데 대해서는 그 의미를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이런저런 눈치보기로 명분과 당위성을 갖춘 정책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 방기 내지 직무 유기로 비판 받아 마땅한 일이다. 교육정책에서 우선 고려대상은 학교 운영자 등 교육 공급자가 아닌, 학생 학부모 등 교육 수요자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부실대학에 대한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새삼 강조할 것도 없다. 무려 200개에 이르는 4년제 대학을 포함, 우리나라 전체 대학 345개 중 정원미달 대학이 55%나 된다. 이러니 하위권 대학 상당수가 거의 무시험으로 아무 학생이나 뽑고 무자격 외국학생들을 마구잡이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런 학교들에 대해 대학교육의 질이나 졸업생의 경쟁력을 논하는 것은 넌센스다. 더욱이 당장 2~3년 뒤면 고교 졸업생 숫자가 대학정원에도 못 미치게 된다. 대학 구조조정이 더 이상 일부 학교운영자 등에 대한 사정 봐주기 따위로 미뤄져서는 안 되는 이유다.
물론 부실대학 설립ㆍ운영자에게 현실적 퇴로를 열어주는 법적 보완이나 대학 퇴출과정의 법적 정당성을 논란의 여지 없이 확보하는 등의 구체적 실무작업은 필요하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부실대학 정리라는 대원칙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해당대학 측의 반발과 불만 제기는 전혀 이유 없다. 도리어 학교를 그 모양으로 운영하고 결과적으로 졸업생과 학부모들에게 피해를 주어온 데 대해 자성해야 마땅한 일이다. 앞으로 더욱 단호하고도 일관된 대학 구조조정 조치를 교육당국에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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