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모습을 직접 보니 이제야 살아 돌아 온 게 실감납니다.”
지난달 8일 동해상에서 북한에 나포됐던 ‘55대승호’와 선원들이 7일 오후 8시45분께 강원 속초항 해경부두에 모습을 드러내자 가족들은 안도의 긴 한숨을 내쉬었다. 한 달간의 악몽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포항수협,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들과 함께 이날 오후 4시부터 속초항 부두에 나와 남편인
김칠이(58) 선장을 애타게 기다리던 부인 안외생(58)씨는 “지난 한 달은 10년처럼 긴 시간이었다”며 “남편이 정부조사를 마치고 돌아오면 좋아하는 고등어로 저녁상을 차려 드려야겠다”고 활짝 웃었다. 안씨는 그러면서 “지난해 북한에 나포됐다 돌아온 연안호의 박광선 선장이 위로전화를 줘 마음을 다잡는데 도움이 됐다”며 감사의 마음도 전했다. 갑판장 공영목(60)씨 아내 이찬옥(55)씨는 “남편이 가족들과 함께 추석을 보낼 수 있게 돼 감사할 따름이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해경은 이날 오후 4시15분께 강원 고성군 저진 동방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역에서 북측으로부터 대승호를 인도 받았다. 대승호는 이날 태풍 ‘말로’의 영향으로 예정시간 보다 1시간 가량 늦게 속초항에 도착했다.
속초항에 도착한 김 선장과 공 갑판장, 김정환(52) 기관장, 이정득(48)씨 등 선원들은 다소 수척해진 모습이었지만, 건강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장 김씨는 “조기 송환을 위해 노력해 준 정부와 관계기관에 감사 드린다”고 짧게 소감을 밝혔다. 이들은 나포 경위와 북한에서의 억류생활을 묻는 질문에는 말을 아낀 채 소형 버스에 올랐다.
갈봉계(38), 진문홍(37), 손붕(37)씨 등 중국인 선원들도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함께 돌아왔다. 이 때문인지 신화통신 등 중국언론도 속초항을 찾아 대승호 선원귀환 취재에 열중해 이채를 띠었다.
대승호 선원들은 강원 양양의 한 군부대로 이동, 국가정보원과 해경, 경찰 등 관계기관들이 참여한 중앙합동심문을 받은 뒤 귀가할 예정이다.
속초=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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