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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어머니의 전어밤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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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어머니의 전어밤젓

입력
2010.09.07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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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전어를 안주 삼아 취하지 않는 주당이 있으랴. 여기저기서 가을 전어로 한 잔 하자는 술친구들의 전화가 걸려온다. 푹푹 찌는 도시와는 달리 남쪽 바다에는 벌서 가을이 왔다. 바다에 가을이 왔다는 것은 전어 회를 한 입 가득 넣고 꼭꼭 씹어보면 저절로 안다.

전어를 길이대로 길고 두툼하게 뼈째 썰어 막장에 마늘 다진 것을 더해 찍어 먹으면 기름지며 구수한 맛이 입속 가득 퍼진다. 가을에 전어는 가히 '국민생선'이다. 남쪽 바닷가의 즐거움이 가을 전어에도 있으니 전어 회 수북하게 썰어 쌓아놓고 좋은 친구들과 둘러앉으면 정담이 끝이 없다.

전어는 회도 좋지만 구이 또한 별미다. 굵은 소금 뿌려 구워 내놓으면 전어 굽는 고소한 냄새를 맡으며 기다렸던 친구들의 환호성이 터지기 마련이다. 전어의 또 다른 맛은 '전어밤젓'에 있다. 전어 내장에 작은 콩알 만한 혹이 달려있다. 그것만 따로 모아 젓을 담근다.

창자로 담는 전어창젓과는 격이 다르다. 전어 100마리의 것을 다 모아도 한 주먹이 되지 않는 양이니 전어밤젓은 귀한 젓갈이다. 힘들고 귀찮은 수고를 거쳐야 밤젓을 담글 수 있다. 어머니는 그 귀찮은 수고를 즐겨해 우리 집 밥상에는 전어밤젓이 떨어지지 않았다. 잘 삭은 밤젓에 어머니의 손 맛 양념 맛이 더해지면 최고의 맛이었는데, 어머니 연로하셔 밤젓 담그지 않고부터 그때 몰랐던 맛을 알게 되었으니!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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