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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총장의 엇나간 高大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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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총장의 엇나간 高大예찬

입력
2010.09.06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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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이기수(사진) 총장이 6일 새로 개설된 '고려대학(學)' 강의에서 "고려대는 국민이 세운 민립대학"이라고 치켜세우면서 서울대와 연세대, 이화여대를 각각 "일제침략을 위한 방편" "기독교 교리를 알리기 위한 수단"인 대학으로 폄하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총장의 발언은 이날 오전 이 대학 법학신관 강의실에서 재학생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고대역사, 전통과 미래' 수업에서 "고려대가 대한민국의 제1대학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한 학생의 이메일 질문내용을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른바 고려대학(學)으로 불리는 이 수업은 이 총장 뜻에 따라 1학점 선택 교양 수업으로 올 9월 신설됐으며 고려대의 전통과 역사, 긍지와 자부심 등 '고대정신'을 주로 강의한다.

이 총장은 "고대의 건학 이념은 교육 구국인데 시대마다 (이 역할을) 충실하게 해 왔다"며 "고려대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본다면), 그런 측면에서 우리는 제1대학이고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고려대 예찬론을 펼쳤다. 이어 서울대와 연세대, 이화여대에 대한 의견을 덧붙이는 과정에서 이 총장은 "국립대학(서울대)은 해방된 뒤 국립대학이었지 그 전에는 일본이 침략을 위한 방편으로 만든 관립대학"이라며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지킬 수 있는 대학은 사립대학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립대는) 고대 아니면 연대인데 연대는 기독교 대학이지 대한민국 대학이 아니다. 우리는 국민이 세운 민립(民立) 대학이지만 연세대와 이화여대는 기독교 교리를 알리기 위한 수단으로 만든 대학"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장의 발언은 타 대학 역사의 특정 측면만 부각시킨 편협한 시각인데다, 사실상 우월의식을 바탕으로 패거리, 파벌주의를 조장하는 것이어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학교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더욱이 그의 주장 일부가 사실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의 모 사립대 L교수는 "어느 한 시점에서 한 측면만을 두고 우리가 최고라고 얘기하고 타 대학을 깎아 내리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이라며 "패거리, 엘리트 문화를 깨고 사회통합에 앞장서야 할 총장이 할 말이 아니다. 자질이 의심된다"고 꼬집었다. 특히 L교수는 "'고려대학'이라는 강의 자체가 이미 그들만의 패거리 문화, 엘리트주의를 바탕으로 자기들끼리 한 자리에 모여 자화자찬하자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서울대 이과계열의 한 교수는 "농생명과학대는 농업교육을 위해 고종황제의 칙령에 따라 1904년 설립된 수원고등농림학교가, 사범대는 1895년 교육자 양성목적으로 설치한 한성사범이 전신이므로 굳이 사실관계로 따져보면 무식한 소리"라고 지적했다.

교내 인사들조차 당혹스러워했다. 고려대 문과대의 한 교수는 "한쪽 면만 본다면 고려대라고 문제가 없겠느냐"며 "총장이 설립시기와 목적을 중심으로 단순 비교하다 말 실수를 한 것 같다"고 못마땅해했다. '고려대학'을 수강하고 있는 한 학생은 "총장 식으로 얘기하자면 고려대 역시 친일파 논란이 있는 설립자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걸 알 텐데,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대 등 해당 학교들은 "어처구니 없다" "대응할 가치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총장은 7일 연세대에서 명예 교육학박사학위를 받을 예정이다.

이 총장은 지난해 5월 고려대에 입학한 지 두 달밖에 안 된 피겨 김연아 선수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자 "(내가) 고대정신을 주입시킨 결과이며 고대가 김연아를 낳았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 논란을 일으켰다. 올해 초에는 "우리나라 교육의 질에 비해 대학등록금이 아주 싼 편"이라고 말해 비난을 사기도 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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