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경기 용인의 MBC 월화드라마‘동이’ 야외촬영 현장. 뉴스나 스포츠 중계 현장에서나 볼 수 있는 SNG(위성송출시스템) 중계차가 등장했다. 대개는 현장에서 촬영한 테이프를 일산으로 가져가 편집하지만 이날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동조합(한예조) 소속 연기자들이 미지급된 출연료 해결을 요구하며 출연을 거부해 지난 주말 촬영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6일 방송분인 49회는 중계차를 동원해 방송 당일 오후까지 촬영하는 천신만고 끝에 간신히 전파를 탈 수 있었다.
외주 드라마의 만성적 출연료 미지급 문제로 촉발된 한예조의 촬영 거부 사태는 가뜩이나 드라마의 전반적 침체로 고전하던 MBC에 대형 악재로 작용했다. KBS와 SBS가 발 빠르게 협상을 마무리한 반면, MBC는 시청률 20%를 넘는 유일한 드라마인 ‘동이’에서 촬영 거부 사태가 빚어지면서 한때 결방 위기까지 몰렸다. 이를 기화로 ‘드라마 왕국’이란 명성이 무색하게 참담한 수준인 올해 MBC 드라마국의 흥행 성적표가 더욱 부각됐다.
130억원을 들인 대작 ‘로드 넘버원’이 시청률 5.3%(AGB닐슨 집계)로 막을 내린 뒤 1일 첫 방송된 수목드라마 ‘장난스런 키스’ 시청률은 3.5%로 더 내려앉았다. 45% 안팎인 KBS2 ‘제빵왕 김탁구’와 비교는 그만두고, 자사 마감뉴스보다도 2.3%나 낮은 수준이다. 한류스타 김현중 주연에, 만화를 원작으로 대박을 터뜨린 ‘꽃보다 남자’의 제작사, ‘궁’의 황인뢰 PD가 손을 잡아 방송 전부터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라 충격은 더 크다.
올 들어 MBC 기대작들은 줄줄이 쓴 잔을 마셨다. ‘로드 넘버원’에 앞서 블록버스터급으로 기대를 모았던‘신이라 불리운 사나이’도 시청자들에게 외면을 받았다. 이민호와 손예진을 앞세운 ‘개인의 취향’도 KBS ‘추노’와의 경쟁을 피하기 위해 편성을 늦췄으나, 10% 초반 시청률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어느 정도 운이 작용하는 타 방송사 경쟁작들과의 상관관계를 감안하더라도, MBC 드라마들이 전반적으로 침체의 늪을 헤매고 있는 것은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지거나 트렌드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기획력의 문제도 지적됐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MBC 주말 특별기획 드라마 ‘김수로’에 대해 “몇 년 전에나 먹힐 듯 한 기획”이라며 “‘선덕여왕’과 ‘추노’ 등을 접한 시청자들의 사극에 대한 기대치가 크게 달라졌음을 읽지 못한 결과”라고 평했다. 그는 “몇 해 전 극심한 드라마 침체를 겪었던 KBS가 기획의 힘을 바탕으로 회생하고 주도권을 잡고 있는 것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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